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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Jan 28. 2020

RE-WRITE : 잠시 고양이면 좋겠어 #1


우리 집에는 이미 집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두 마리의 주인님들이 계시다.

나는 이 두 분의 훌륭한 집사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퇴근하고 들어오는 길에 고등어 인형을 사다 받쳤더랬다.

별이와 하루가 그 주인님이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집에서 기르고 싶어 했던 것이 나였다.

꿈이었고 동경이었다. 사실 어렸을 때는 동물을 기르는 것에 대한 무게감도 없었고 그냥 기르면 되지 뭐 하는 마음만 컸다.


이제는 집도 생기고 결혼도 하면서 어느정도 안정적이게 되자 자연스럽게 동물을 기르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론 어렸을 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말이다.


고양이보다는 개다. 라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새 고양이라는 녀석들에게 푹 빠지고 나서

나는 한동안 뱅갈이라는 종에게 이끌려 하루에도 수십번을 인터넷 카페에 들락 거렸다.

고양이계의 비글이라며, 하루에 많은 시간을 놀아주는 것에 투자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보다도 녀석들의 무늬와 눈망울에 많이 이끌렸던 것 같다.


그러나 입양에는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누가 그러더라고, "묘연"이라는 것이 고양이의 집사들에게는 필요한거라고.

나에게도 이런 묘연이 생긴다면 언제든 두 팔 벌려 환영하겠노라고 다짐하면서 랜선 집사로 남을 생각을 굳히고 있을 때 이 두녀석을 만나게 된 것이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뒤에 이야기 하도록 하고

일단 이 책은 초보 중에 생 초보 집사인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었다.

인간 거대 고양이(?) 나응식 선생님과 더불어 내가 참 감명깊게 본 웹툰인 1인용 기분을 연재하셨던 윤파랑 작가님의 삽화가 들어간 세상에서 제일 완벽한 책이 나왔으니 안사볼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천천히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Chapter 1. 고양이의 습성


"고양이의 테러 중 하나인 소파 뜯어내기" - p14





우리 집도 여느 집처럼 소파가 있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어서 별이와 하루의 성격은 온순하기 그지 없다. 뭔가를 떨어트리지도 깨트리지도 않지만 결국 본능적으로 이 소파 만큼은 지킬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소파 겉면을 완전 스크래쳐로 이용한 것은 아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애석하게도 난장판이 된 곳은 소파의 바닥 부분이었다.


검은 색 얇은 천 재질로 덮혀 있던 소파의 바닥 부분에 작은 구멍을 내더니

이녀석들이 그 작은 구멍으로 들락 날락 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어둡고 조용한 곳이 좋았던지 녀석들의 최애 숨숨집이 되어 버렸다.


구멍이 하나였으면 두고 보려고 했지만 구멍은 점점 늘어 났고 결국은 너덜너덜해져서

아내와 함께 소파를 뒤집어 천을 전부 제거해야만 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녀석들은 숨숨집이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종종 소파 밑에서의 여유를 즐기곤 한다.


나는 아직도 저 소파를 치워버리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했다.

어차피 소파의 지분은 이미 인간에서 고양이로 넘어가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고양이 혀에 있는 '사상유두'라는 돌기 때문인데 이것이 사람 피부에 닿으면 부드러운 사포로 살살 훑는 느낌이 든다... 목구멍 방향으로 나 있는 이 돌기 때문에 고양이는 한번 삼킨 음식을 거꾸로 뱉지 못한다. 끈이나 실 등 선 모양의 이물질을 갖고 놀다가 삼키는 의료 사고가 개보다 많이 발생하는 이유다." - p30





그날의 고생을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가 지끈 거린다.

역시 시작은 소파가 문제였다.


검은 천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생각했지만

녀석들에게 사냥 거리가 될 부분들이 남았던지 조금 일찍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바닥에 손가락 두마디 길이의 검은 천 조각이 떨어져 있었다.

별 대수롭지 않게 주워서 버렸으면 됐을 텐데 옷을 갈아 입고 있느라 잠시 내버려 두었더니

하루가 신나게 천을 밀쳐내며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웃으며 보다가 상의를 갈아 입고 다시 하루를 보는 순간

녀석이 혓바닥을 낼름 낼름 거리며 무언가 삼키기 힘든 것을 삼키는 모양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하루를 붙잡았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녀석은 붙잡힌 상황이 싫었는지 앵옹대었고 나는 이녀석이 삼킨 검은 천을 생각하며 망연자실 했다.

인터넷을 다급히 검색했다. 별의 별 사례들이 다튀어 나왔고 마음은 조급해져 갔다.

심할 경우 개복 수술까지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보니 내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하루가 미워지다가도 걱정이 파도처럼 밀려와서 세상 태평하게 그루밍을 하고 있는 녀석을 따갑게 쳐다보았다.

병원을 검색하고 성남까지 내달렸다.

케이지 안에서 하루는 당황 반 걱정 반 구슬프게 울어 댔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날 동물병원에서 4시간을 있었다.

하루는 두번의 구토 검사를 받았다.

녀석도 많이 지친 하루였을 것이다. 내시경을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검은 천 조각을 보여드리자 이정도는 장폐색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확률이 높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내 마음을 달래 주셨다. 또한 내시경까지 진행하기엔 시간도 너무 늦었고 하루도 많이 지쳐보였다.


결정을 해야 했다.

괜찮을까? 내시경까지 할까? 만약에 여기서 진행되어 잘못된다면 다음에는 반드시 개복 수술을 해야 할 텐데.


이날 결국 집으로 돌아왔지만

하루는 아직까지 엄청나게 잘 먹고 엄청나게 잘.... 배출하고 있다.


말을 할 수 없는 녀석들이라 그런지

더 신경이 많이 쓰인다.

천방지축 하루에 요조숙녀 별이는

둘다 어쩜 개냥이 같아서 우리의 손길을 너무 고파한다.

그래서 정이 많이 가는 내 새끼 들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옛 일들이 생각나 공감이 많이 되었다.

또, 이들을 보면서 오늘의 나도 많은 위로를 받는다.

반려라는 것은 이런 날들을 함께 보내는 인생의 동반자를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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