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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Feb 03. 2020

RE-WRITE : 잠시 고양이면 좋겠어 #2


Chapter 2. 고양이의 언어


"고양이에게 꼬리의 끝은 마음의 방향이다." - p60





친한 후배가 있다.

나이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성숙하고 성실한 후배다.

이 친구가 요즘 연애를 시작했는데, 연애의 길이 순탄치 않은 모양이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화성과 금성에서 온 남자와 여자라는 별칭이 붙었을 만큼 달라서 그 마음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도 아직 내 아내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고 그 친구도 여전히 오리무중일 때가 많은 모양이었다. 마음을 도저히 알 수 없다. 호감과 비호감.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지 혹은 미워하는지. 뭔가 불편해하는지, 도대체 저런 표정을 짓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통 알수가 없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반려동물들은 정확하게 자신의 상태를 표현할 줄 알아서

나름의 언어로서 인간들과 대화하려 한다.

우리는 그것을 해석하려고 노력하고 녀석들은 그런 우리에게 분명(?) 고마워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개는 꼬리를 세우면 자신의 곤두선 신경을 표현하는 방법이라지만 고양이에게는 다른 의미이다. 보통 꼬리를 세운 경우에는 당당함과 자신감, 그리고 현재의 평온한 상태를 나타낼 때가 많으며 또한 이것이 물음표 모양으로 꼬일 경우에는 자신의 좋은 기분을 나타낸다. 이런 꼬리를 가지고 달려오는 녀석들의 부비부비는 항상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하루는 늘 바닥에 누워 나를 반긴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몸을 빙글 빙글 돌리고는 그들의 언어로 "므에으옹" (고양이는 절대 야옹이라고 울지 않는다는 것을 집사들은 공감할 것이다.) 이라 말하며 나에게 인사한다. 아마도 오셨는가? 와서 나를 만지는게 어떤가? 하는 일종의 애교일 것이다.


별이는 새초롬하게 앉아 있다가 캣타워의 중간층까지 뛰어 올라와서는 안에 눕는다. 별이는 그 공간에서 자신에게 닿는 36.5도의 손기운을 좋아하고 익숙한 절차로 인식하고 있어서 내가 만져주지 않으면 실망해 작게 "애옹"하고 운다. 나는 이 절차를 결코 무시할 수 없어서 매일 녀석이 캣타워에 들어가면 한참을 만져주곤 한다. 물론 퇴근한 복장 그대로 그곳에 멈춰서서 말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 속에 녀석들의 꼬리의 끝은 나에게 향해 있다. 기분 좋은 엉덩이를 보여주며 뭐라 뭐라 말을 건넨다. 더 하라는 건지, 고맙다는 건지, 반갑다는 건지. 구태여 번역하려 하지 않아도 나는 안다. 이 녀석들과 나와의 신뢰 관계를 말이다. 내가 이만큼을 내주면 녀석들은 분명 그보다 더 많은 부분을 의지한다.


사람에게도 이런 꼬리의 방향이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에게는 훌륭한 언어 수단이 있고 자신을 표현하는 많은 방법이 있음에도

많은 방법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나는 아직도 이렇게나 많은 방법들 가운데 정답을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 당신의 꼬리가 나를 향해 있다면 나도 두팔 벌려 당신을 수용하고 고마워하며 사랑할 자신이 분명 있지만

꼬리인지 칼날인지. 요즘은 보이지도 않는 전쟁통에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니 더욱 날카로워 질 뿐인 것 같다.


어떤가, 우리네 삶.

오늘의 나는 얼마나 많은 꼬리를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구부려 줬을까?

그저 혼자 당당히 추겨 세우며 살았을까?

아니면 돌아보지도 않고 등대어 서 있었을까.


그래서 나는 가끔

반려동물이 더 편하고 위로가 된다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도 같다.




"존재의 위로" - p88





당신에게는 있을까?

당신 만으로 위로가 된다는 사람들 말이다.


되려 나에게는 있을까?

나만으로 위로가 된다는 사람들 말이다.


어렵다.

내 존재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끔 우리를 이런 위로로 착각하게 만들곤 하지만

영원하지 않고 오히려 감정의 파도 속에서 위로가 증오가 될 때가 있다.


그러나 존재 자체로 위로가 되는 것은

한치의 거짓이 비춰지지 않는, 소유하지 않은 내가 온전히 사랑하고 아끼는 반려동물일 것이다.


어떠한 에너지도 힘을 발휘하면 소모되어 결과를 만든다.

뭐든지 과정에서 소비되고 만다.

그러나 반려 동물들에게 전하는 나의 에너지는 곧 더 큰 에너지로 돌아온다.


그것이 아마 "존재의 위로"인 것 같다.


올해의 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았지만 전체 난방밖에 되지 않는 다소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나는 매일 매일 난방을 해줄 수 없는 환경에서 녀석들을 위해 작은 전기 장판을 마련해 주었다. 이미 녀석들의 장난감이 되어 버린 소파 위에 놓인 전기 장판 위로 두 녀석은 늘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쉬곤 한다. 나는 그럼 그 곁에 가서 조용히 앉아 녀석들을 바라보곤 한다.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참, 위로가 된다.


그것 만으로 참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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