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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Feb 04. 2020

RE-WRITE : 잠시 고양이면 좋겠어 #3


Chapter 3. 고양이의 감정


"고양이가 '갑자기' 화장실 실수를 했다고, '갑자기' 자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많은 보호자들이 토로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대부분 '고양이가 정말 오랫동안 많이 참아주었네요'라고 답하게 된다. 조금씩 쌓이던 고양이의 스트레스가 어느덧 가득 차 버려서 작은 자극에 넘치기 시작하여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다."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고양이에 관한 프로그램도 많이 챙겨 보게 됐다.

"고부해"라는 프로그램도 당연히 나의 관심사에 포함되어 있다. 요즘은 이런 반려 동물에 대한 지식전달과 다양한 사례들을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전달 받고 또 볼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고부해, 고양이를 부탁해 에서는 많은 사례들이 나온다.

나오는 아이들은 하나 같이 귀엽고 이쁘지만 그들을 가족으로 함께하는 집사들에게는 가끔 그들 덕분에(?) 가슴 앓이를 겪곤 한다. 이런 다양한 행동의 패턴들과 사례들, 그리고 명쾌한 해결책들이 나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나의 두 녀석들은 얼마나 순둥 순둥하고 착하고 고양이 답지 않은지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의 두 아이들은 정말 고양이 답지 않다.

성격은 분명 다르지만 결코 날카롭지 않으며 굉장히 순종적이다. 항상 먼저 다가오고 주변을 서성이며 나와 아내를 늘 찾는다. 그렇다고 분리 불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문을 닫고 일을 하고 있거나 내가 눈 앞에서 없을 때는 자기들끼리 우다다 하거나 여러 장난감들로 시간을 보내거나 따뜻한 전기 장판 위에서 고롱 고롱 잠을 청한다.


이런 아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나를 공격하거나 화장실 실수를 해서 그것이 몇달이 이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결과에는 항상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과정 속에서 내가 원인을 찾아 내고 인지 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그것을 알지 못하면 사람들은 "갑자기"라는 말을 붙이며 자신을 방어한다. 정말 갑작스럽게 외부의 요인에 의해서 자신의 문제가 도출됐다면 모르겠지만 대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수식어가 함께 따라 나온다.

나도 같다.


내 인생에 갑자기로 방어한 순간들이 종종 있었고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갑자기는 좋은 방어기재가 아니면서도 우리는 이 단어로 많은 일들을 회피하고 있는 것 같다. 반려 동물을 기르면서, 또 그런 프로그램들을 시청하면서 이녀석들에게도 나의 삶에도 갑자기를 지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갑작스러운 변화 없이 녀석과 우리의 삶을 지금처럼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나의 삶 역시도 갑작스런 당혹감이 찾아들지 않게 과정을 지켜보는 눈을 기르고 있다. 원인이 생기면 회피하지 않고 내가 책임질 줄 아는 능력을 기른다.


녀석들은 말을 할 수 없어서

우리는 녀석들의 감정을 읽는 연습을 한다.

착각 하고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마냥 좋기만을 바랄 뿐이다.

내가 너를 위해 밥을 벌어주니 너는 나에게 늘 행복을 주어야 해 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없이

고양이기 때문에 "네가 원할 때"라는 마음 가짐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서

나를 찾든, 찾지 않든, 어떤 날은 냉장고 위에서 물건을 떨어트리고

미끄러운 천 위에서 엉덩이를 꿈실거리다가 목표물에 안착하지 못하고 그 위의 물건을을 어지럽히든

화장실의 모래가 거실 바닥에 잔뜩 뿌려져 있어도 나와 아내는 그저 녀석들의 하루 속에 묵묵히 '집사'의 역할을 수행 할 뿐이다.


그저 이 녀석들이 오늘도 우리와는 다르게 "기쁜" 감정만 갖고 살아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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