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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Feb 05. 2020

RE-WRITE : 잠시 고양이면 좋겠어 #4


Chapter 4. 고양이의 질병


"마라톤에서 사점이라는 고비를 넘어서야 하듯, 고양이의 문제 행동을 개선하는 과정에서도 마음의 사점을 넘어서야 한다." - p123





오랜만에 기억에서 꺼낸 단어. 사점.

나에게 익숙한 운동은 마라톤 보다는 사이클이었고 사이클에도 분명히 사점은 있었다.

Dead point. 사점이라는 것은 내 고통의 상한선을 능가한 수준을 말하며 그 이후부터는 힘들다는 느낌을 절감하며 계속해서 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몸 상태를 이야기한다고 알고 있다. 정확한 의미적 표현은 아니겠지만 이런 순간들을 사이클을 탈때마다 많이 느꼈다.


사이클을 많이 탈때는 하루에 200km 정도의 장거리를 밀고 나가기도 했다.

객기라고 느낄 정도로 몸을 생각하지 않는 무리수였다. 흔한 근육밴드 없이, 열량바나 에너지젤도 없이 포카리 스웨트를 2리터씩 몸에 밀어넣으며 그저 청춘의 힘으로 나아갔던 순간들이다. 사점을 지나면 자극적인 흥분이 차오르고 다리는 마치 자동차의 피스톤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여댔다. 친구와 농담으로 종아리에 피스톤 문신을 하는게 어떻냐는 이야기를 나눴었다. 자전거를 타면 반바지를 입기 때문에 위 아래로 움직이는 페달질이 빨라지면 문신한 피스톤이 미친듯이 움직일 것 아닌가? 철없는 대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전거에 미쳤던 우리에게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경험한 사점은 그 때에 운동에 국한 되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생의 모든 순간에는 견뎌내야 할 사점이 있다고 삶을 통해 느끼고 있다.

그것이 사람과의 관계에도 동일하고, 고양이와의 삶에서도 동일하다.

인간보다 단순한 사고회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동 교정도 어렵지 않는 것이 개나 고양이 이지만 집사로서 견뎌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사점이다.


우리는 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문제적 행동에 대해서 그것을 고치기 위한 노력에 조금이라도 녀석들에게 불편함이 보인다면 중도 포기를 선언하기도 하고 또 이녀석들이 마음의 사점을 넘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서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녀석들도 소거 폭발(extinction brust)라고 하는 반항의 시기를 겪는다고 한다. 뭔가를 요구하고 있는데 그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더 크게 반항해버리는 사춘기 시기의 아이들처럼 녀석들도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더 화가 나거나 혹은 안되는건가 하고 포기한다. 사점을 넘지 못하고 말이다.

내 아이들에게는 사점을 넘겨야 하는 수준의 문제점은 아직은 없지만 오히려 이 단어를 통해서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사점의 영향력은 점점 강대해서져 dead point가 dead area가 되어가는 것만 같다.

사점을 이겨내자 라는 마음보다 포기하면 편하잖아? 로 되묻는 내가 될 때가 많다.


하지만 나에게 공교롭게도

나는 지금 이 사점을 다시 한 '점'으로 만드는 훈련을 하고 있다.

점으로 만들고 사점을 넘었을 때의 강렬한 흥분과 짜릿한 성취를 느끼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페달을 열심히 밟고 있다. 잊고 있었기 때문에, 내 삶에서 내가 이겨야 할 가장 큰 적은 나 스스로라는 사실을 내가 꽤 오래전에 덮어 두었기 때문에


사점을 딛고 넘어서서

그 순간의 짜릿함을 위해서 나는 오늘도 사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는 표현은 어떻게 생긴 걸까? 무지개 끝에서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 다시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해서였을까. 무지개 다리 건너에는 뭐가 있을까. 행복한 청사진을 보여주는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면 영면한 기억을 보장하는 평온한 마음이 기다리고 있을까." -p142




문득, 궁금해졌다.

반려 동물이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말을 한다.

고양이들은 그 다리를 건너 고양이 별로 간단다.


누가 처음 이 말을 했을까?

무지개의 의미는 진짜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비롯됐을까?

녀석들은 죽으면 정말 고양이 별로 갈까?


나의 인생은 너무나 긴데

녀석들의 삶은 한정적이다.

당연하게 내 삶의 어느 순간에 녀석들의 삶은 마무리가 될 것이다.


지금의 일상이 어느날 멈출 것이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 저 바깥에서 시끄러이 굴러가는 장난감 소리도 멈출 것이다.

방금 냉장고 선반을 열어서 쓰레기 봉투 몇개를 바닥에 떨어트리고 그것을 여기 저기 던지던 소리도 멈출 것이다. 빈자리가 생기고 그리움이 남을 것이다.


지레 무서운 순간이 분명히 올테지만

우리 사람들은 녀석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고 믿고 싶다.

내가 최선을 다했지만 "집사야 행복했어"라는 말을 결코 들을 수 없어서

그곳에서는 나와 함께 있던 순간보다 더 행복할 거라고 믿고 싶은 것이다.


무지개는 나타나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조용히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녀석들은 우리와 함께 한 순간들을 가장 아름답게 빛내놓고

조용히 다리를 건너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나타나는 무지개처럼

마음 속에서 가끔 나타나 추억하게 하고 기억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고 그리워하게 할 것이다.


내 시간은 너무 길고

녀석의 시간은 너무 짧아서

우리는 그들을 위해 집사가 되고

이 작은 시간 더 사랑하기 위해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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