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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Mar 04. 2017

영웅은 죽지 않는다면서요....

영화 <로건>

휴 잭맨의 마지막 이야기. 그리고 패트릭 스튜어트의 마지막 이야기. 이제는 떠나보내야 하는 울버린과 프로페서 X의 마지막 이야기. 그 모든 내용이 담긴 영화 '로건'이 개봉했다. 다른 분들의 후기들을 보면 보통 짠하다는 내용이 많다. 우리가 아는 마블 식 영웅 이야기에서 짠하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 역시도 울버린의 마지막 모습 앞에서 애잔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시대는 흐르고 시간은 모든 것을 바꾼다. 책 속에서, 만화 속에서 살아있는 하나의 캐릭터는 영원할지라도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는 영원하지 못하다. 그러나 두서없이 세대가 교체되는 것보다는 마치 아이언맨 하면 로다주가 생각나는 것처럼 울버린 하면 생각나는 휴 잭맨에게 자신의 캐릭터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는 영화가 된 것이 얼마나 그에게 있어 보람된 일인가 생각해 본다. 

 당신이 단 한 번만이라도 휴 잭맨의 울버린을 본 적 있다면 반드시 그가 그의 방식대로 울버린을 떠나보내는 장면을 봐야 할 것이다.


 

 나는 엑스맨이라고 하는 히어로들을 언제나 슬프게 바라봤다. 칭송받고 인기 많은 히어로들이 분명히 많이 존재하지만 엑스맨의 세계관 속 히어로 들은 영웅이라는 칭송보다는 '돌연변이'라는 이름이 먼저 붙었다. 그들은 사회에서 떨어져 나와 격리되고 실험당하며 자신들의 삶을 누리지 못했다. 우리가 아는 영웅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인간들에게 복수를 하려고 했던 매그니토의 집단과 그를 막으려 했던 프로페서 X의 집단과의 갈등이 시리즈의 주를 이루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른 장르들은 인간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지만 엑스맨 만큼은 인간을 파멸시키려는 무리들과 그에 반대되는 무리들이 싸워야 했고 결국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일으켰다.

 이 얼마나 슬픈 영웅들인가. 그렇기 때문이 '로건' 결말 역시 슬플 수밖에 없다. 
 인간들에게 배척당하고 이용당하는 돌연변이들의 삶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안 듯 로건의 삶도 변함이 없었다. 프로페서와 울버린은 '늙은 돌연변이'일 뿐이다. 더 이상 엑스맨도 무엇도 아니었다.



 갈고리를 집어 빼고 총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어둠 속에서 날렵하게 적을 두 동강 내던 짐승 울버린의 모습은 쉬이 찾아 볼 수 없다. 언제나 늠름하게 멋진 휠체어를 타고 말쑥한 차림으로 등장하는 프로페서 X도 없다. 스크린에는 수염조차 정리되지 않고 술과 생활고에 찌들어 손마저 덜덜 떨리는 늙은 로건과 헛소리만 해대며 자신을 비하하고 과거를 인정하지 못한 채 물탱크에서 약과 주사에 의존해 살아가는 찰스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아는 그 과거. 찬란했던 그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 둘만이 존재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마음 아프지 않은가? 찰스보다도 우리가 알고 있던 로건의 삶은 어땠나? 인간들에게 실험 당하고 과거를 잊고 사랑하는 여인은 다른 남자를 좋아했고 그러다 죽기도 하고 돌연변이들이 몰살당할 위기에서 과거로 넘어가 젊은 찰스와 함께 세상을 구하기도 하고 매그니토에게 매일 자성으로 집어던져져도 당당히 칼날 뽑고 덤비던 남자였다.

 그런 그가 저렇게 늙고 낡은 모습으로 등장하니 팬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하다.



 결국은 그래, 다음 세대를 위해 자신이 스스로 길을 만들어주고 죽음을 통해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지만 나는 아직도 그가 그립다. 
그의 역동적인 액션과 자극적인 표정들, 거친 호흡까지 영원히 그리울 것 같다. 마지막에 그의 돌무덤이 비칠 때 제발 그 무덤의 돌멩이 하나라도 움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히려 완전한 죽음이 영화의 취지와 정확하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엑스맨은 계속해서 우울한 시대를 살 것이다. 다른 마블의 시리즈와는 명확하게도 다른 인간과의 대립을 이어나갈 것이다. 인정받지 못하는 영웅들이 또 모여 인간들을 보호해주려고 노력할 것이며 로건과 같이 쓸쓸하게 죽어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스맨을 찾는 이유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매번 그만큼의 임팩트를 보여주는 배우들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등장한 여자 울버린 '로라' 역을 맡은 다프네 킨 처럼 말이다. 

 로건은 그렇게 마음 시린 죽음을 맞았다. 그의 힘든 삶을 너무나 잘 표현해 준 그리고 이만큼 우울할 수 없는 마블 영화였다. 마음에 별이 지듯 내 삶에 또 하나의 영웅이, 그 배우가 사라졌다. 그러나 언제나 기억할 것이다. 엑스맨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캐릭터는 울버린이었으며 또한 그것을 연기했던 명배우는 휴 잭맨이었다는 것을.

 당신도 함께 봐 줬으면 좋겠다. 엑스맨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울버린의 최후를 말이다. 휴 잭맨의 방식대로 울버린을 보내주는 장면들을 말이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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