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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Apr 09. 2017

같이 짊어져야 할 공동의 무게

영화 <패트리어트 데이>

어렴풋이 기억이 났었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로 인해서 시끌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나라의 일이기에 기억에서 잊혔던 그날, 그 끔찍한 행위에 대해서 다시 영화라는 매체로 부활한 이야기 <패트리어트 데이> 여러 영화들이 개봉해서 내 눈길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고 싶었다. 

 이런 의미를 담은 영화는 참 좋은 것 같다. 과거의 기억들을 상기 시키고 망각에 굴레에서 잠시 고개를 들게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주곤 한다. 비록 끔찍한 기억일지라도 우리는 분명 그 속에서 배울 것이 있다. 무엇보다 보스턴에게는 그 사건이 그들의 삶에 있어서 엄청난 의미를 깨닫게 했다. 

 테러와 마주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종교와 이념의 차이로 아직도 죽어나가고 있다. 그들의 이기적인 행위를 바라본다. 또한 그것을 이겨낸 그 시대의 사람들을 지켜본다. 그렇게 2시간을 끝도 없이 몰입했다.



 우선 이 영화가 그날의 사건을 풀어 나가는 전개 과정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마치 사건 일지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화의 장면과 실제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 장면을 번갈아 화면에 담음으로써 더욱 각개의 장면들이 현실감 있었다. 또한 나오는 인물들 모두 사건에 큰 영향을 주는 인물들로 꾸며졌다. 한순간의 폭발로 인해서 삶이 바뀌거나, 테러범을 잡기 위해 고군 분투하거나, 혹은 그들에게 죽임을 당했거나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전부 테러에 관련 있었다.

 또한 테러가 일어나기 전 그들의 평화로웠던 시간들을 조명함으로써 테러라는 것이 비단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누구보다 단란했던 부부, 마라톤에 나간 아내를 보기 위해 현장에 있었던 남편과 어린 아들, 대학교에 파견 근무를 하며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 약속을 잡았던 보안 경찰, 하루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던 일반 직장인까지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무참히 파괴되는 장면들을 바라보면서 테러라는 한 단어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위력을 한번 더 느끼게 됐다.



 사람이 그렇게도 많았던 결승선에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또, 폭탄을 허리쯤에 설치할 걸 그랬다고 아쉬워하는 테러범의 대사를 들으면서 정말 울화가 치밀었다. 그들의 이념과 사상이, 그 종교관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자신들은 평범한 사람을 죽이고 짓밟아도 된단 말인가?

 최근에 시리아의 내전 속에서 일어난 화학 무기 공격만 해도 그렇다. 주도권 세력들 간의 갈등 속에서 왜 평범한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하는가?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서도 8살 난 소년이 죽었다. 그 소년의 삶을 짓밟을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단 한 번의 서명으로, 그저 손가락으로 버튼 한번 누르는 것만으로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이런 끔찍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비난하고 비판해 봤자 세상은 쉬이 변하지 않는다. 시리아에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 봤자 그들의 내전은 변하지 않는다. 더 많이 죽고 다치고 울고 괴로워할 뿐이다. 세상은 아직도 그런 고통에 찬 사람들을 품고 있다.



 8살 난 소년이 죽고 그 시체를 현장 보존의 명분으로 남겨 놓았을 때 소년을 지키던 중년의 경찰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의 삶에서 그날의 기억은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결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는 많은 사람들의 협조와 노력을 통해 다른 주에까지 번지지 않고 테러범을 잡을 수 있었다. 그 날로 인해서 보스턴은 주민들 간에 강한 유대를 얻을 수 있었고 또한 '보스턴 스트롱'이라는 단어로 결집될 수 있었다. 

 난 이 영화를 통해서 혹 누군가 테러로 인해 사람들의 결속력이 좋아진 결과를 얻었다는 헛소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테러는 인정돼서는 안되는 명백한 범죄다. 인간의 타인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 인간은 그 혼자만으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존재다. 테러로 인해 내 삶이 망가져서는 절대 안 된다. 보스턴은 고통 속에서 테러를 이겨냈고 아직도 그 과정에서 얻은 상처를 기억하고 있다.

 영화는 사건을 사실적으로 잘 전달했으며 마지막으로 실제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마무리했다. 그들은 모두 그날의 기억을 안고 있다. 그 고통을 담고 있다.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애정으로 그 고통을 이겨내고는 있지만 평생 마음속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반드시 잊으면 안 되는 사실들이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인 사건들부터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순간들 속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들 말이다. 이런 영화가 나올 때마다 나는 우리나라를,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내가 혹시 내 삶과 함께 호흡했던 좋은 순간과 괴로운 순간을 잊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은 반드시 잊지 말자. 그것이 어쩌면 살아남은 우리들이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할 공동의 무게 일지도 모른다.

feat.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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