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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May 01. 2017

유쾌함 속에 담긴 예종의 삶

영화 <임금님의 사건 수첩>

 이선균 씨의 까칠함과 안재홍 씨의 유쾌함이 만나 어마어마한 캐미가 있을 거라고 나는 분명 예상했었다. 역시나 내 예상은 명확히 맞아떨어졌고 정말 재밌는 영화 한편이 탄생했다. 이런 류의 최근 영화라고 하면 <조선 명탐정> 이 있었다. 이 영화도 두 명의 배우가 꿀 캐미를 보여주며 마치 조선판 셜록 홈스를 보는 느낌을 물씬 풍겼고 포커스는 진지함보다는 유쾌함에 있었더랬다. 

 그렇게 유쾌하게 영화를 보고 나왔지만 한편으로 그 유쾌함 안에 담겨 있는 조선 왕조의 어두움을 살짝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마냥 웃고 넘기기에는 조금 찝찝한 이 영화 당신은 어떻게 보셨는가?



 이 영화가 찝찝한 이유는 영화 속 이선균이 연기한 왕이 바로 '예종' 이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한국사가 대세인 것 같다. 웹툰에도 <조선왕조실톡>이 승승장구 연재 중이고 이제 대한민국에서 한국사 하면 설민석 선생님을 떠올리는 것이 당연해졌다. 그 내면에는 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이겨낼 수 있다고 하는 나라 안의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이 몇몇은 이 예종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예종은 즉위한지 13개월 만에 사망했다. 그것도 급작스럽게 사망했다. 예종의 죽음은 아직도 종종 독살이다 아니다로 갈리게 된다. 예종 임금은 그 강렬했던 왕 수양 대군, 세조의 아들이었고 그의 주변에는 이미 세조 임금의 근처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나라의 위인들이 있었다. 그가 집권했던 시절 그 13개월은 신하들과의 싸움 통속이었을 것이다.



그런 장면이 영화 속에도 나온다. 실제로 남이라는 인물은 역모를 꾀하려다 발각되어 죽임을 당한 인물이다. 예종이 자기네들끼리 무리 지어 웃고 떠들고 있는 곳에 홀로 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나는 그렇게 마음이 아프다. 대사에도 나온다 국왕으로 앉아 있는 자리이지만 국왕으로서 무슨 일을 해내고자 할 때에도 신하들을 거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예종이 하려고 했던 것은 왕권 강화였다. 영화 속 그의 바람이 어쩌면 실제 예종의 바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왕궁에 피바람은 없게 하겠다는 그의 부푼 꿈은 그의 나이 20살 갑작스러운 붕어로 종결되고 만다. 이런 내면적인 부분을 인지하고 바라봤을 때 유쾌한 장면들 사이사이로 보였던 예종의 고독과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들은 그의 삶이 얼마나 불안했는지를 알 수 있다. 



 어머니조차 그를 지지하지 않았고 세조 때부터 조선의 모든 권력을 쥐락펴락 했던 한명회의 훈구파와 지속적인 대립을 하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예종의 짧은 집권기.

 영화는 유쾌하고 즐겁고 재밌었지만 그 이면에 담겨 있는 메시지는 분명 존재했다고 생각한다. 왕과 신하와의 끊임없는 기싸움과 왕권을 뒤바꾸기 위한 남이의 역모.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한 사람들의 독기 어린 전쟁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지 않을까?

 이선균 씨와 안재홍 씨의 연기 캐미는 정말 즐거웠다. 이번에 개봉한 <특별시민> 보다 내가 이 영화를 먼저 선택한 건 똑같은 정치를 다루더라도 보다 라이트 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보기를 원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만큼 재밌었다. 그러나 다만 나는 이 영화 속에서 이선균 씨가 연기했던 이 예종이라는 임금의 삶을 한 번만 더 기억해 주기를 원한다.

 조선왕조에 무수히 많은 왕들이 있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왕은 다섯 명 안팎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예종은 적은 기간 집권했기에 누구 하나 예종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우리가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왕은 내 짧은 소견이지만 분명 괴롭고 힘든 왕으로서의 삶을 살았을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 그런 삶을 살았을  예종 임금을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 생각해 줬으면 한다.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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