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ovi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an Jun 15. 2017

과거의 미이라는 아니랍니다.

영화 <미이라>

 영화리뷰를 많이 하면서 생긴 하나의 버릇은 매주 수요일부터 개봉할 영화들을 체크해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예고편을 보지는 않는다. 그저 포스터나 배우, 감독을 보고 볼 영화를 결정한다. 
 
 사실 이 영화 <미이라>도 내 추억 속 영화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때 당시 아낙수나문(앤크 수 나문)이었던 배우와 느낌이 비슷한 '소피아 부텔라'가 등장했고 무엇보다 할리우드 흥행의 보증 수표 '톰 크루즈'가 주연이기도 했기 때문에 무조건 봐야만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추억과 배우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져 어떤 영화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가 끝나고 나는 내 추억도 배우에 대한 감상도 모두 잃어버린 느낌 속에 있었다. 당신은 이 영화 어떻게 보셨는가?



 만약 단순히 액션이나 CG의 측면에서 바라봤다면 충분히 수작이다. 영상미도 좋았고 표현력도 좋았다. 이제까지 걸어 다니는 시체는 좀비만 있는 줄 알았고 미라는 전부다 붕대를 칭칭 두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 고정관념도 완벽히 박살 났다. 여자와의 딥 키스는 위험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홀쭉하게 산 채로 미라가 돼버린 '것'들이 각기 춤을 추며 달려드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나는 이 영화가 도대체 뭘 연결해 내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앞서 이야기 했 듯이 과거 미이라 시리즈를 떠올리며 초반부는 향수에 취해 봤었던 것 같다. 건들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리고, 그것을 끌어올리며 저주를 받게 되는 전형적인 전개임에도 즐겁게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중반부부터는 이제 이 영화가 한 명의 히어로를 만들어 내기 위한 프롤로그 격은 아닐까 하고 의심해야만 했다.



 혹시 <젠틀맨 리그>라고 하는 영화를 아는가? 
 지금이야 어벤저스라고 하여 지구를 수호하는 슈퍼 히어로들이 유쾌하게 날뛰고 있지만 그전에 어린 내 기억에 마치 어벤저스의 느낌을 가졌던 영웅 밀집형 영화는 바로 <젠틀맨 리그>였다. 흡혈귀부터 시작해서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적을 잡는 조금 음울하면서도 긴장감 있던 영화였는데 나는 중반부터 미이라에서 약간 <젠틀맨 리그>의 느낌을 받았다.

 괴물들을 잡기 위해서 괴물들이 필요하다는 말이 언뜻 지나가는데 헨리 지킬 박사가 수장으로 앉아있는 비밀 집단은 말 그대로 괴물들로 세상의 파멸을 막기 위해 존재하고 있다. 아니, 애초에 수장부터가 괴물인데 말 다했지 뭐. 이들의 타깃은 이번에 부활하게 된 최악의 미라 '아마네트' 또한 그녀가 부활 시키고자 하는 죽음의 신과 그 제물인 '닉 모튼(톰 크루즈). 이때부터 영화는 점점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결국 여러 번의 엎치락뒤치락 속에서 닉 모튼은 원치 않는 모습이 되어 버렸고 후속작의 떡밥 속에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톰 크루즈 라고 하는 배우가 육체파 액션배우로 남기를 바랐다. 그는 현시대 최고 액션 시리즈물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미션 임파서블'의 주연이기도 하고 그가 보여주는 액션에 대한 열망은 그를 날아가는 비행이 외피에 매달리는 모습으로까지 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는 그가 마치 한 명의 히어로가 된 듯한 느낌이었고 일종의 마법을 사용하며 다음 편에 등장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 기분을 설명하자면 마치 이소룡이 매직 스태프를 들고 '아브라카다브라'를 외치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세상에 히어로는 넘쳐 나고 오히려 정통 액션을 보여주는 배우들이 줄어드는 마당에, CG는 판을 치고 정신없는 그래픽의 향연이 더욱 구미를 당기기는 하지만 톰 크루즈만큼은 그가 늘 보여주던 모습 그대로 남아주기를 바랐다. 

 다음 미이라 후속작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내 느낌 상 이번 편은 일종의 배경 소개? 프롤로그 같았다. 내 직감이 틀리기를 바라면서 기왕 도전한 거 더 멋진 모습으로 다음 편에서도 톰 크루즈를 만나면 좋겠지만 아쉬운 마음은 감출 길이 없다. 

 재미 요소도 많고 볼만한 장면도 많았고 러닝 타임 안에서 크게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영화였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감정은 아직도 과거의 향수를 되살리지 못했다는 안타까움과 배우에 대한 아쉬움으로 범벅이 되어 있을 뿐이다.

feat. 김큰별

매거진의 이전글 누군가를 대신해 원치 않을 지옥으로 나아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