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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Nov 23. 2016

죽음이라는 끝에 도달해서야
용기가 생길까?

영화 < 버킷 리스트 > 


 언젠가 부터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것이 문화가 되어서 서로가 서로를 독려하고 지지하며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응집해서 시너지를 일으키곤 한다. 나 역시도 그런 집단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힘을 얻었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자기 계발에 자신을 다스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꼭 듣는 이야기가 바로 '버킷 리스트'이다. 시작은 그저 하고 싶은 일들을 적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을 다듬고 다듬어 나의 꿈의 연결체로 만들어 간다. 
 글에는 효과가 있단다. 말하는데도 효과가 있다는데 글로 적으면 더 큰 효과가 발휘되고 사람의 뇌는 글로 적고 말로 뱉은 것을 실행하려고 잠재적인 노력을 보인다고 한다. 

 나도 이런 말들에 믿고 달렸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래서 도대체 '나'는 무엇이었나 싶다.

 적지 않은 자기 계발서들을 읽어 오면서 그것을 내 삶에 적용해 보려고 발버둥 치면서, 그것들을 억지로 습득하고 내것으로 만들어 보려고 허우적거리면서 느꼈던 답답함,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버리는 삶의 흐름 속에서 느낀 고독과 절망은 어느새 깊숙이에 찌들어서 긁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삶이 지속되면 결국엔 어떻게 될까? 나는 무엇이 될까에 대한 케케 묵은 고민을, 꺼내면 마음 아픈 고민이기에 가슴 속 저 멀리 밀쳐두고 나중에 정리하자고 다짐한 그 묵은 감정이 이 영화를 보는 순간, 저 두 노인을 보는 순간 쓰나미가 되어 요동 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분명 이야기 했다. 내일이 마지막인 것 처럼 오늘을 살아라. 그걸 실천하는 이 시대의 정신병자가 몇이나 있을까? 긍정적으로는 성공한 인물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는 '미친놈'이 될 수도 있는 문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내일 당장 죽는다고 생각하고 오늘을 살라니. 인간으로서 동물학 적으로 생존에 목적이 있는 생명체로서는 옳지 않은 문장이다.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 오늘을 살고 내일 눈을 뜨기 위해 오늘 눈을 감는다. 그것이 본질이다.

 그러나 여기 두 노인은 문명의 이기가 발전시킨 의학적인 기술에 의해 정확하고도 명확한 삶의 끝자락을 통보 받았다. 그들의 몸은 노쇄했고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무너졌으며 결국엔 그들의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에 대해서 듣게 된다. 같이 영화를 보던 친구와 함께 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와 그의 의견은 같았다. 차라리 순간으로 삶이 끝났으면 좋겠다. 나에게 얼마나 남았는지에 대해서는 듣고 싶지 않다. 

 노인들은 들었다. 여기서 불편했던 것은 그들의 삶이다. 그들의 삶은 대조적이었다. 애드워드는 부자였다. 십대에 사회에 뛰쳐나와서 지금의 나이가 될 때까지 그는 쉴세 없이 일했다.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부를 누리면서 자신의 곤조를 지키고 자신만을 알며 살았다. 그는 부자였고 성공한 삶을 살았지만 그의 곁에는 그저 비서 한명만 남았을 뿐이다.
 반면 카터는 젊었을 적 부터 꿈이 있는 남자였다. 그는 역사 교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흑인이었고 또 가정을 꾸려야 하는 가장이었다. 그는 똑똑하고 지적이며 젠틀했지만 결국 자동차 수리공으로서 자신이 꿈에 그리는 자동차 조차 사지 못하는 형편의 삶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에게는 헌신적인 아내와 착한 자식들 그리고 손자들이 곁에 있었다.



 성공한 인생도, 그리고 성실했던 인생도 그 결말은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충격이 전해진다. 그것이 허구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 내가 쓰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가? 당신의 부의 수준이 지금 어느정도인가? 그래서 지금 당신은 당신의 부에 만족하며 주위를 돌아보고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한가? 나는 나 스스로에게도 묻지 못한다. 내가 행복하냐고. 내 인생에 가장 행복 했던 순간은 아이러니 하게도 3년을 준비한 시험에서 보기 좋게 낙방하고 모든 것을 내려 놓은 채로 방황하던 6개월여간의 시간이었다. 

 그 시험에서 벗어나 짐을 내려놓차 찾아온 그 행복은 나에게 물음을 던졌다. 내가 과연 합격 했어도 이렇게 행복했을까? 마치 다음 기차를 올라 타야 하는 촉박한 샐러리맨 처럼 또다른 절차를 향해 뛰어야 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채찍질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들의 인생도 그랬다. 성공한 애드워드, 성실한 카터 그러나 그들의 삶 속에서 즐거움과 행복은 남지 않았다. 깊지 않았다. 

 카터가 자신의 남은 시간을 듣기 전 퇴원하면 하려 했던 버킷리스트를 본 애드워드가 거기에 자신만의 색깔로 살을 붙여 시작한 '버킷 리스트를 이루기 위한 여정'으로 그들은 자신의 남은 삶을 의미있고 행복하게 보내려 몸을 옮긴다. 



 카터의 아내는 그를 말린다. 애드워드에게 까지 전화를 한다. 그러나 평생을 가족에 헌신했던 카터는 한번쯤 자신의 삶에 do it 이라는 글자를 새기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에 대한 사랑을 그것이 진실된 사랑이었음을 깨닫고 싶었다. 
 애드워드는 자신의 딸에 대한 마음을 털어 놓는다. 아버지로서 제대로 해보지 못한 아비의 역할에 대해, 그리고 아버지로서 유일하게 딸을 위해 해준 단 하나의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통해 멀어진 서로의 관계에 대해. 
 
 아이러니 하게도 버킷 리스트의 여정에서 그들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채워짐을 느끼고 튀어나간 삶의 흐름을 다시 회복시킨다. 두 노인은 서로에게 적대적이었던 감정에서 이제는 둘도 없는 친구로서 돈독해지고 그들의 입을 통해서 나의 미래와 삶, 죽음에 대해 돌이키게 한다. 



 결국은 용기의 문제일까. 
 내가 패기롭게 적어 냈던 20살 그때의 버킷 리스트는 이제 어디서 어떻게 세절되었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 수록 삶은 더 크게 나를 집어 삼키려 드는데 내가 든 사회적 방패는 너무 작아서 다른 곳에 발을 디디면 무너질 것 같다. 
 결혼은 해야 하는데, 그리고 아이를 가져야 하는데, 그럴 수록 내 20살 버킷 리스트는 이루어 지지 못한채 삭제 된다. 영화 속 그들 처럼 줄 하나 그어 성공시키지 못한채 없어진다.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사회 속에서 삼포 세대를 누리고 있는 우리들에게 버킷 리스트란 이제 정말 주머니 속에서 더이상 꺼내지 못하는 불필요한 종이 조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꿈이 우리의 연료일 때가 있었듯이 단비 조차 내리기 힘든 우리네 삶에서 스스로 이 강렬한 태양 아래 숨을 그늘막 하나 정도는 만들어 거친 태양 속 삶을 지탱할 힘을 받을 필요는 있지 않을까?

 이들의 성공한 삶, 성실한 삶 그 끝자락에서야, 죽음이라는 결말을 알고 나서야 용기가 생겨서 시작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슬프지 않을까? 주머니 속에 작은 리스트를 가지고, 그 꿈의 향기에 가끔은 취해서 조금이라도 해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나 역시도 이 영화 속 두 노인처럼 되지 않을까 두렵다.

 나의 버킷 리스트는 카터 처럼 운 좋은 친구 덕에 주워져 덧붙여 지지 못했지만 오늘이 지나고 다시 쓰여질 버킷 리스트 만은 고이 접어 품에 안고 살아가야겠다. 이들은 기억하고 늦지 않게 실행하려는 스스로의 노력도 잊지 않고 말이다. 

 카터가 먼저 세상을 떠날 때 에드워드 콜이 했던 추도사를 여기에 옮겨 놓는다. 

 "안녕하십니까, 에드워드 콜입니다. 
  이럴때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솔직히... 이런 자리를 늘 피해왔었으니까요.
  한마디로, 그를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
  카터와 저는 함께 세상을 여행했습니다. 놀라운 일이었죠. 

  세달전만 해도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이기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가 살아있던 마지막 몇개월이 나에겐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내 인생을 구해줬습니다. 그는 이미 그것에 대해 알고 있었죠.
  전 진심으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와 친구와 되었다는 것을요.
  결국 서로의 인생에 참된 기쁨을 찾아 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안식처로 갈 때가 되서
  다음 세상에 가는 문에 설 때 카터가 그곳에 있기를 바랍니다. 

  나를 또 도와서 저 세상의 희망도 보여주기를..."


 feat. 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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