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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Nov 25. 2016

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망한 케이스

영화 <블레어 위치>


 오랜만에 땡기는 공포영화가 개봉했다. 내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1인칭 공포영화의 대명사이자 좀비가 등장하는 공포영화를 다룰 때 꼭 등장하는 명작 <REC> 물론 1편을 제외하고 나머지 후속작들은 혹평을 받고 있지만 뭐 그래도 나에겐 여전히 <REC> 만한 1인칭 공포영화는 없다. 그래서 그런지 <블레어 위치>도 예고편을 보고 나서 꼭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스토리나 이런 것을 떠나서 그저 1인칭이기 때문에...

 블레어 위치는 그 내부의 이야기를 좀 알고 보면 흥미를 더할 수 있다. 1700년대 당시 블레어 라고 하는 마을에서 일어난 마녀사냥 후 마을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살해 당한 뒤에 마을은 버려지게 된다. 그 뒤 다른 사람들이 버려진 마을에서 다시 삶을 일구어 가면서 1900년대 또다시 살인사건 등이 일어나게 되고 그 살인사건 중의 하나를 다룬 영화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에 개봉을 하니 그것이 1999년에 개봉한 <블레어 위치>였다.

 당시에는 꽤나 좋은 평가를 들은 작품으로 알고 있고 아시는 분들도 기억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역시나 전작보다 나은 후속작은 찾기 힘들다더니 이번 영화도 그런 평을 피할 순 없을 것 같다.



 1인칭 영화의 특징은 몰입도라고 생각한다. 마치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내 시야가 인물의 시야가 되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1인칭 영화가 공포와 맞물리게 되면 나름 좋은 시너지 효과를 가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영화들이나 혹은 이 영화처럼 말이다.

 게다가 다른 공포영화들과는 달리 사운드를 이용한 깜놀 예고가 적었다. 아무렇게도 점점 조여드는 사운드 효과를 공포영화에서는 많이 느낄 수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사운드 효과와 오히려 반대되는 적막을 반반씩 잘 섞어서 보는이로 하여금 더 큰 긴장감을 조성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역시 1인칭 영화이기에 좋지 못한 점도 있다. 너무 정신 사납다. 요즘 개인 방송 매체를 통해서 게임 방송을 하는 BJ들을 볼 수 있는데 그들도 마우스 보다는 게임용 패드를 이용해서 플레이를 한다. 물론 게임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 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마우스로 플레이를 하면 화면 회전이 빨라 방송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지럼증등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배려를 해주는 셈이기도 하다. 그만큼 화면 회전이 많으면 정신이 없을 수 밖에 없는데 노냥 숲을 뛰어다니고 도망다니는 이들의 모습을 1인칭으로 보여주니 그들을 보고 있는 내 눈이 피곤할 지경이다.



 공포로서의 이득은 글쎄?

 사실 무섭고 소름돋는다기 보다는 그냥 놀라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솔직히 <블레어 위치>가 사실을 기반으로 창작된 영화이긴 하지만 영화 자체에서 보여주고 있는 진행 방향이 현실과는 너무 맞지 않기 때문에 뒤돌아 서서 나올 때 다시한번 몸서리 쳐지는 현실적인 공포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나를 제일 공포로 몰아넣었던 것은 다른 무엇보다 설정 중 하나였는데 이들 일행이 숲에 들어오고 나서 일종의 마녀의 결계 안에 포함되자 낮이 찾아오지 않고 밤이 지속되던 것이다. 어떤 공포 이야기 중에 무서운 꿈에서 깼는데 또 무서운 꿈이었고 다시 깼는데 아직도 무서운 꿈이고 이렇게 반복적으로 공포가 지속되는 이야기를 꽤 소름돋게 들은적이 있었다.

 도망갈수도 없는 무한의 궤적에서 말그대로 고문 당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휴대폰은 아침 7시라고 알람을 울리지만 밖은 여전히 칠흑같이 어둡고 이들을 엄습하는 공포는 여전하다. 이부분이 제일 무서웠던것 같다.

 끝나지 않는 밤, 끝나지 않는 공포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교훈이라고 해야 될까? 사실 숲에서 어렸을 적 실종된 누나를 다 커가지고 이상한 영상에서 본 것 같다며 무턱대고 찾는다는 친구를 좋다고 다큐멘터리 온갖 장비를 챙겨 따라나서는 여사친, 그 친구를 말리기는 커녕 그래 한번 가보자고 숲에 따라 나서는 절친과 그의 여자친구. 이 비정상적인 조합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죽음의 무도.

 역시나 친구는 잘 둬야 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가면 큰코 다칠 수가 있다. 여하튼 이번에 우리를 찾아온 한겨울(아직 이른가?)의 공포 블레어 위치는 공포의 애매모호한 선상에서 갑툭튀로 승부하려는 1인칭 호러물이라고 하고 싶다. 나는 이만 글을 마치고 최근에 마녀 사냥을 다녀오신 빈 디젤 형님에게 블레어 위치 사냥을 권유하러 가봐야 겠다.


feat.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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