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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Nov 27. 2016

진한 감동과 브로맨스 콜라보

영화 <형>


 내 감수성이 풍부해 진건지, 아니면 내가 어느새 감수성이 풍부해진 나이가 되가는 건지 모르겠다. 패기 넘치는 스무살에 나를 울릴 수 있었던 영화는 단 하나, <헬로우 고스트> 밖에 없었다. 차태현이 김밥에 들어간 시금치를 씹고서 깨달은 그 순간 부터 집에 달려가는 씬 내내 베개에 고개를 묻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말하고 보니 창피한데?!)
 
그러나 해가 갈수록 눈 아래로 떨어지려는 눈물을 억지로 붙잡고 속으로 오열해야 하는 영화들이 점점 많아지는지 모르겠다. 아마 또 혼자서 방에서 봤으면 분명 뚝뚝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을 지도 모르겠다. 전에도 언급한적 있지만 자극적인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는 이 시대에 이렇게 잔잔한 영화들이 또다른 울림이 된다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임이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주의 한국영화 <형>은 꽤나 선방중이라고 하고 싶다. 유쾌하고 능글맞은 캐릭터의 대명사 조정석이 자신의 색깔과 잘 맞은 고두식, 형의 역할로 그 배역을 완벽히 흡수해냈고 내 예상이긴 했지만 조금은 버거운 연기라고 생각했던 장님이자 어두운 느낌의 동생 고두영 역할을 자연스럽게 해낸 도경수 둘의 캐미가 영화 속에서 내내 나와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사실 스토리 면으로 봤을 때는 뻔하기도 하다. 아침 드라마에서나 다룰 법한 그런 슬픈 이야기, 거기에 스포츠 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감동을 배로 끌어올린 우리에게는 어떻게 보면 익숙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이다. 그러나 그것을 해석하고 풀어내어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이 영화와 배우의 매력이듯 영화는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해석해 냈다.

 처음 고두식과 고두영의 사이는 쉬이 풀리지 않을 만큼 딱딱했다. 고두식은 거의 인신 공격식의 말로 고두영을 괴롭히고 공격적으로 대했다. 그것이 원만하게 풀리는 이유 자체가 사실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그 이후부터 점점 변화하는 이들의 관계가 즐겁다. 조정석의 능글맞은 대사들과 그의 연기력, 행동 모두가 웃음을 자아내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극한의 어둠 속에서 비판적이고 반항적이던 동생 고두영을 연기한 도경수의 어두운 얼굴이 시간이 가면서 해맑은 미소로 변하는 모습이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사실 어디 이런 형제가 있을까 싶다. 이만큼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 감동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런 영화들이 귀하다고 느낀다. 관객들이 영화 중간 중간에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그런 영화. 영화가 끝나고 엔딩이 올라갈 때 웃으면서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가벼운 마음으로 앉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영화. 무턱대고 의문을 남기기 보다는, 이런 사회에 대한 비판이나, 왜 영화를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했나 하고 한숨쉬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그저 즐기고 웃고 한껏 빠져들어 2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다가 눈물 한가득 눈에 맺혀서 그것을 어떻게든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

 그런 매력을 충분히 가진 영화가 <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즐거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찾아 봤으면 좋겠다. 웃음을 제대로 찾기 힘든 삶의 연속이다. 개그 프로를 봐도 즐겁지가 않고 우리가 자주 즐기는 SNS에는 온통 심란한 이야기들만 쏟아낸다. 뉴스는 어느샌가 예능 프로가 되어 버려 한달새 많은 청년들이 뉴스를 즐겨보기 시작하는 기이한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평소도 삭막하다고 느꼈는데 요즘은 오죽하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끈질기게 달려가는 우리네 삶에서 가끔은 이런 시원한 물 한모금이 필요하지 않을까? 보면서도 짜증나고 보면서도 갑갑해지는 그런 영화들보다 <형>의 유쾌함과 감동으로 쉼표를 찍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feat.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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