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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Dec 01. 2016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

<슬픈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

 세상은 점점 우리의 삶을 밀어붙이고 있다. 과거에는 자연스러웠던 것들이 어느 순간 부자연스러워지고 그 사이를 파고드는 양면성의 부속들이 삶 속을 파고든다. 아이는 당연히 어머니의 손 안에서 자라야 한다고 믿고 배웠던 것들은 이제 불가능이라는 딱지를 품에 안고 부정한다. 서양의 콧대 높은 민족들이 동양인들을 대우하는 것을 보며 분노하다가도 우리 사회 속에서 아등바등 거리며 살아가는 먼 나라 이웃들에게는 더 높은 콧대를 들이밀며 밀어붙이고 매몰차게 대한다.

 정이라는 것은 이제 시골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대한민국은, 아니 세상은 그렇게 각박해져 간다. 그래서 탄생한 이야기 <미씽 : 사라진 여자>는 너무 현실적이라 소름 돋고 그렇기에 더 가슴 아프다. 

 영화 자체에 대한 내용을 담자니 스포가 될 것 같지만 이해해주기 바란다. 나는 지금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식을 낳는 동물에게 모성애란 지극할 수밖에 없는 본성이다. 자신의 자식에게 있어서는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로서 가져야 하는 마음 가짐이다. '한매'는 그런 여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에게 어떤 돌도 던지지 못했다.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했던가. 분명 '한매'는 포스터에서도 그렇듯 나쁜 여자다. 악역이 분명하다. 그녀가 하는 행동은 옳지 못한 행동이고 그녀는 반드시 심판받아 마땅한 인물이어야 했다. 하지만 나도, 이 영화를 본 그 누구도 '한매'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그럴 수 없다. 그녀는 결국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가련한 모성을 가진 어미였기 때문이다.



'지선'에게는 자신의 딸을 데리고 사라져 버린 '한매'가 더없이 잔인하게 느껴지고 그 증오를 떨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자신의 딸을 빼앗겨 버린 그녀 마저도 마지막에는 '한매'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을 정도로 '한매'의 상황은 가슴 아프기만 하다.

 공효진의 연기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 몇 년간 공효진 씨의 연기는 거의 로맨틱 코미디에 치중되어 있었다. 사랑스럽고 러블리한 이미지로 어떤 남자 배우와 만나 연기를 해도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커플로 인정받곤 했다. 그런 그녀가 악역으로 이렇게 시종일관 우울한 역할로 스크린에 복귀한다는 것 자체가 의아하기도 했었고 그녀의 새로운 도전에 의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런 물음표에 반박이라도 하듯이 적어도 내 기준에서 그녀는 훌륭했다.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도 가져보지 못한 그녀가, 심지어 중국동포로서 한국말도 어눌하게 표현해야 하는 소화하기 힘들어 보이는 배역을 너무도 완벽하게 해냈다. 계단에서 쓰러져 우는 연기가 가장 압권이었고 스크린 속 그녀의 모습에서 연민과 애절함, 안타까움이 동시에 묻어 나왔다.



  초반부의 몰입도는 글쎄. 풀어놓은 단서들과 그 분위기 자체가 영화의 장르를 의심하게 할 만큼 혼란스럽고 또 지루하다. 그러나 점점 엉킨 실타래가 풀려가면서 집중하고 탄식하게 된다. 부단히도 던져놓았던 '떡밥'들을 온전히 회수하며 진행해 나가는 스토리는 클라이맥스에서 정점을 찍으며 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내가 원하는 결말은 이 영화의 이런 결말이 아니었다. 단순한 스릴러인 줄 알고 봤던 이 영화의 결말은 이렇게 나서는 안됐다. 결국 이런 결말을 통해서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착잡함을 숨길 수 없었고 영화 속 '한매'의 삶을 곱씹으면서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그래, 서두에 이야기했지만 결국은 슬픈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이다. 우리네 이웃들의 이야기 일 수도 있고 어디선가 일어났을 그런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 마음 아프고 소름 돋는 이야기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고 우리는 그 세상에 허덕이며 살아가야 한다. 누군가는 성공해서 자신의 일대기를 남기고 그 물결을 타고 흐르지만 그 아래 깊숙한 곳에서는 여전히 어둡고 치열한 생존 경쟁이 있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내가 숨 쉬고 있는 세상이기에 우린 또 살아간다. 마음 아프지만 살아가야만 한다. 

 다만, 또 다른 '한매'가 없길, 그리고  또 다른 '지선'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feat.김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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