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ovi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an Oct 14. 2017

제 시간을 대신 희생했습니다.

영화 <희생 부활자>

 요리를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가지 재료를 보고 다양한 요리를 생각해 낸다. 들어가야 할 조미료, 함께 요리할 재료, 데코레이션까지. 보이는 재료가 정말 맛있는 음식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면 더욱 금상첨화 일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정말 맛있을 요리 재료를 가지고 말도 안 되는 '혼종'을 탄생시킬 때가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소설 <종료되었습니다.>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씨네 21 허남웅 평론가가 이런 말을 남겨 주었다. '아이디어에서 종료되었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에 백번 공감한다. 

 충분히 재밌게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이 영화가 왜 나락으로 떨어져야 했는지 말하고 싶다.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은 이렇다. 

 어머니께서 살해당하고 7년 뒤 살해당했던 어머니가 살아 돌아온다. 어머니는 RV였다. 이 RV는 죄를 지었음에도 그 죗값을 받지 못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러 죽었다가 다시 돌아온 자들을 지칭한다. 어머니는 자신을 살해한 범죄자를 심판하기 위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아들을 첫 대면한 순간 아들을 죽이기 위해 달려듦으로써 영화는 의문 속에서 시작된다. 아들이 어머니를 죽인 것일까? 

 여기까지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물론 두서없는 시작으로 혼란한 상황이었지만 슬슬 꼬인 실타래가 풀려가겠거니 하고 굳게 믿었었다. 그리고 풀리긴 풀렸는데 매끄럽지 않다. 가다가 다시 꼬이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너무 꽉 묶여서 풀리지 않기도 했다. 계속 고개를 갸웃했고 그 억지에 화도 났다. 

 세상에, 이런 한국 영화 진짜 오랜만이다.



 배우진은 정말 좋았다. 국민 엄마 김해숙 씨와 해바라기로 너무나도 유명한 김래원 씨. 특히나 나는 오랜만에 김래원 씨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어서 기대도 많이 했다. 마음 같아서는 "오랜만에 등장한 김래원 씨에게 꼭 이렇게까지 해야 속이 시원했냐!"하고 감독에게 소리쳐 주고 싶다. 배우들의 연기로 그나마 어느 정도는 커버가 된 것 같다. 명품 배우에 명품 조연들까지 모두 총출동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안드로메다로 여행을 떠난 스토리는 어떻게 살려 보려야 살려 볼 수가 없다.
 억지로 끼워 맞춘 모성애는 오히려 역겹기까지 했다. 소위 '내로 남불' 같았다. 아들의 죄를 어머니가 끌어안는다는 내용들은 종종 영화계에서 등장하는 플랫 중에 하나지만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고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어떻게 받아들이게 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불필요한 과장과 확대, 많은 배우들이 나왔지만 상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지도 못한 것 같고 제대로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그저 연기를 잘한 배우들만 있을 뿐이다. 안타깝다. 정말로.



 소재 자체는 정말 좋았다. 기대도 많이 했다. 
 재밌을 것 같았고 짧은 러닝타임에 부담감도 덜었다. 사실 요즘 영화들이 너무 길었어서 오히려 반갑기도 했다. 질질 끌기보다는 임팩트 있게 치고 빠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아쉽게도 내 모든 예상과 기대를 빗나가며 무너졌다. 아쉽다, 너무 아쉽다. 

 영화를 본 많은 분들이 한결같이 외치고 있다. 나도 같이 외쳐주고 싶다. 

 제가 여러분들을 대신해 먼저 시간을 희생했습니다. 제 시간은 부활하지 못하겠지만 여러분의 시간은 희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feat. 김큰별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히스! 그리고 안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