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 있니?

스케일 자를 사용한 지가 언제더라...

by 도란도란

우연히 내 연필꽂이에 꽂혀있는 작은 15cm짜리 스케일자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 첫 회사를 다니던 시절,

소장님과 도면 회의를 들어가기 전에 항상 스케일 자를 옆에 두곤 했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스케일 있니?"라는 부산사투리식 서울말은 항상 귀에 맴돌아

우리끼리의 유행어였다.


스케일자 - 도면의 축척을 읽는 자.

도면을 펼쳐놓고, 트레이싱지를 위에 올리고, 수정하고, 스케치하던 시절이 있었다.

소장님의 몇 번의 터치와 선들이 (꽤나 스케일이 정확한) 살아있는 듯 촵촵 맞아떨어지면서

한 폭의 그림 같은 도면이 완성되는 과정을 감상? 하는 시간이 마냥 재미있었는데,,,

나의 소중한 기억상자 속 이야기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스케치 랠리...와 투시도를 손으로 그려서 납품하던 소장님의 만랩실력 자랑시간...

지금은 스케일자를 거의 쓰지 않는다.

사라진 것이 스케일자뿐만은 아닌 것 같다.

모형을 만드는 일도 '특별한 이벤트'가 되었고, 그마저도 외주업체에 맡겨진다. 디자인스터디는 스케치업으로, 이미지는 3d 렌더 툴로 그럴싸하게 멋지게 뽑아버린다.

심지어 이젠 ai가 등장해 버렸다. 하하하...


하얀 깍두기(대지 모형) 위에 여러 가지 대안의 매스를 올려가며

주저리주저리 의견을 나누며, 발전시켰던 "design process"가 가끔은 그립다.

갑갑한 모형실에서 접착풀 스프레이를 마셔가며

열선으로 스티로폼 쪼개가며 절어있었던 그 시절이

나의 옛 낭만이 돼버릴 줄이야...


아아 가끔은 옛날방식이 참 그립다.

손끝으로 건축을 느끼던, 그 시절의 감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