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원 Feb 04. 2020

118. “가치 있는 연애”

모두에게 _ 사랑공감9

 비교적 기억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필자가 처음 연애에 눈을 뜬 건 유치원생(?)때이다. 어린이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필자의 유년시절은 인간으로 태어나 첫 사회생활을 유치원에서 경험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신체적, 정신적 발육(?)을 겪었던 필자는 동갑내기 원우 중 가장 예쁜 아이를 가차없이 ‘찜’했고, 엄청난 경쟁자들을 뿌리치며 최종 승자가 되었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때의 성취감이 지금의 필자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남다른 발육을 업은 필자의 연애사는 지금의 글을 쓰기까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직장생활을 거치며 부단히 발전했다.


 필자는 항상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대체 왜 연애를 해야 하죠?”

 “이렇게까지 힘든 연애를 꼭 해야 하나요?”

 “지금 당장 행복하지 않아도, 미래를 위해 참고 만나봐야 할까요?”

 “대체 왜 이렇게 힘들고도 아프기까지 한 연애를 사람들은 못해서 안달인가요?”

 “가치 있는 연애를 하려면 어떡해야 하죠?”


 항상 현명한척 애쓰는 필자는 이런 대답을 한다.


 “당신 빼고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연애를 합니다. 심지어 당신도 과거에 연애를 했거나, 미래에 연애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쩌다 결혼도 합니다. 그래서 어쩌다 당신이 태어났습니다.”


 이거 말고 더 숭고하고 중요한 이유가 필요할까? 


 그렇다면 과연 어떤 연애가 ‘가치’있는 연애인지 필자의 경험을 하나 들어보자.


 필자가 고등학생 때쯤 이던가, 나름 열심히 준비한 시험이 끝난 어느 한여름 대낮, 버스를 타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앞을 보고 있는데 20대 중 후반쯤 되어 보이는 커플이 두 손을 꼭 붙잡고 탔다. 그 커플은 2인석에 마주앉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으로, 당장이라도 하트가 쏟아져 나올 듯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커플은 누가 봐도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그 커플이 전혀 행복해 보이지도, 멋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한여름 대낮에, 둘 다 큰 책가방을 매고, 누가 봐도 국가고시를 준비중인 듯한 책을 양손에 끼고, 버스를 타 서로를 바라보는 그 눈빛.


 안일해 보였고, 한심해 보였다. 정상적인 그리고 성공한 20대 중 후반 커플이라면 그 시간에 각자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차를 타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커플이 정말 고시를 앞둔 수험생이라면, 대낮에 그러고 돌아다닐 정신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다짐했다.


 “절대 커서 저렇게 살지 않겠다. 누가 봐도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최대한 빨리 차를 사서 적어도 내여자는 더울 때 시원한, 추울 때 따듯한 내 차에 태워 다니겠다.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서로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더 크고 넓게 생각하는 사랑을 하겠다.”


 어이없게도 그날 이후로, 딱 그 계기로 필자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닌, 성공한 인생을 살기위해 매순간 노력했다.


 물론 그 커플을 필자가 오해한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 커플의 눈빛을 보고 진정한 사랑을 떠올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시각일 뿐이다. 만약 그 커플이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심지어 훌륭한 삶을 살고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또한 필자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되어 주었음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당신이 왜 연애를 해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현재의 사랑이 맘에 들지 않거나, 심지어 당신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연애를 하고 있다면, 그런 연애를 할 말한 사람과 만나게 되었다면, 당신의 연애는 충분한 가치로 충만해지지 않을까?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 그런 사랑은 정말로, 참으로 찾기 어려운 사랑이기 때문에.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서로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연애, 그것이 진짜 연애 아닐까? 그리고 연애가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117. “짝사랑 멈추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