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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Oct 28. 2020

정확히 오십에 오십견

어깨를 붙잡고 나이 50을 생각한다

50이 되는 생일날도 별 다르지 않았다.

어제까지 49이다가 하루 지났다고 50살. 나는 고작 하루 더 늙었을 뿐인데 40대에서 50대가 되니 억울한 정도였다. 몸이 삐그덕 거린지는 좀 되었고 50이라고 특별히 다르지는 않았는데, 얼마 전부터 어깨가 신통치 않다. 자동차를 후진하려고 오른쪽 팔을 조수석 위로 올리면 뻐근했다.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면 만세 하기가 힘들었다. '아, 이게 오십견인가 보다'하고 병원을 다녀오는 길이다.


17살이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고 20살이 되는 새해부터 술을 마실 수 있듯이,  50이 되면 오십견으로 증명하는 건가?  이를테면 '저는 오십견에 걸렸습니다. 50이 분명해요.' 이렇게?  요즘은 40대에도 오십견이 와서 나이와 딱 맞아떨어지진 않지만, 내 경우 정확하게 나이 50에 오십견이 걸렸으니 신기하기도 슬프기도 하다.  우리도 50세 등록증을 주던가 하지 덜컥 받은 증명이 오십견이라니.


오십견이 온 기념으로 나이 50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50은 애매한 나이이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중간 나이.

회사에 있었을 때는 나이가 많은 축이었고 신입사원 중에는 어머님이 내 나이 또래 거나 나보다 어린 직원도 있었다.  하지만 교회에 가면 '아구, 젊어서 좋겠다'소리를 듣는다.  젊음도 상대적이니 젊은 걸로 한다.

'나는 어떻게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이 이해하지 못할 어른이 되지 않을까?' 이것이 오늘의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그래서, 50은 중요한 나이이다. 앞으로 내가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50은 노안이긴 하지만 나 자신을 바라보는 눈도 생기는 나이이다.

젊었을 때는 남들만큼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뭔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다. 정체를 모르는 채 책을 열심히 샀다. 책을 사면 그 안에 해답이 있고, 그 해답대로 따라가면 문제가 풀릴 것 같았나 보다. 얼마 전 책을 정리하면서 그때의 내가 무엇에 쫓겼는지를 알게 되었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거울 부모'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지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내가 혹시 뭘 잘 모르고 실수하지는 않을지 제목 그대로 불안했다.

'마음 바꾸기' 무엇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빈 마음을 치유 관련 책으로 메꿔보려 했다.

지금이라고 예전보다 덜 불안하지는 않다. 그러나, 다른 점은 내가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는 안다는 것이다. 정체를 알고 노려보면, '불안'이 신기하게 덜 무서워진다. 덜 조급해진다. '그래, 내가 불안하구나.' '이런 게 날 쫄리게 하는구나.' 그냥 바라보기. 

그래서, 50은 덤덤할 수 있는 나이이다. 예전보다는

베스트셀러 영어 원서도 많이 샀었다. 내 지적인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말 그대로의 쇼핑이었나 보다. 책 표지도 들쳐보지 않고 정리되었다.

50은 공부하기 좋은 나이이다.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라 최적의 나이이다. 누가 공부도 젊었을 때 하는 거라고 그랬는지, 내게는 영 틀린 말이다.

아이들에게 손길도 많이 가지 않고, 시간이 넘쳐흐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에서 건져 올린 펄떡거리는 날것의 질문이 많아졌다. 그걸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내가 정말로 채우고자 했던 것, 그게 뭔지 몰라서 책을 읽으면서도 헛헛했던 정체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면, 나 자신, 삶의 목적, 우리가 겪는 고통에 대해서 할 말이 더 많아질 것 같다. 또 모르지, 침묵이 깊어질 수도.

그래서, 50은 총명할 나이이다. 노안만 더 심해지지 않는다면


60에는 좋은 것이 걸렸으면 좋겠다.

'지혜로우시네요. 육십입니다', '평화를 누리다니요. 누가 봐도 육십입니다' 이런 식이 가능할까? 앞으로 십 년 에 지혜와 평화를 갖기는 어려워보인다. 하지만, 오십견도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어느 50의 날에 걸린 것처럼, 60의 어느 날에 지혜의 한 조각, 평화의 한 자락을 만지게 될지 누가 알겠나?


십 년 뒤에 기억을 할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자신과 약속을 하나 해 본다. 60에 대해서 써 보기로. 60은 어떤 나이일까?


50은 어쨌든 좋은 나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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