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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Nov 01. 2020

브런치 놈들이 궁금하다

내 조회수가 나도 궁금하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열흘 남짓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얼마 전에는 문장 앞에 'ㅣ'표시가 있는 게 멋있어 보여서 일일이 문장 앞에 한글 모음 'ㅣ(이)'를 삽입했다. 3일 전에 그 기능을 찾고 나서 허탈하기도, 그렇게까지 머리를 짜냈던 내가 짠하기도 했다.

심지어 인용 표시를 하는 박스 기능은  '아, 워드 파일에서 테두리 작업을 한 다음에 통째로 옮겨와야지'라고 궁리까지 끝낸 상황이었다. 역시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옛말이 맞다.


일주일 전 저녁에 브런치 알람이 울렸다. 드물게 구독을 해준 고마운 독자분인 줄 알고 황급히 확인했더니 조회수가 1000이란다. 처음엔 이게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천명이 어떻게 내 글을 읽지? 알람이 계속 오더니 만 명.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제야 브런치를 확인해 볼 생각이 들어서 컴퓨터를 켜니 내 글이 메인에 떠있다. 그날 밤에까지 10만. 며칠을 메인에 있었던 결과 오늘까지가 17만이다. 어마어마한 숫자. 무섭고 떨렸다. 놀랐던 마음이 좀 진정이 되니 궁금한 점들이 여럿 생겼다.


하나. '선정기준은 무엇일까?'

메인에 올라온 다른 작가들의 글을 훑어보았다.

일단은 제목이 호기심을 끌게 지었다.  내 글 제목도  '아들이 분가했다. 슬플 줄 알았다'이다. 내가 느꼈던 감정 그대로 제목으로 쓰긴 했지만, 다시 보니 독자들은 글의 반전을 기대했겠구나 싶다.

글의 종류는 다양했다. 홈트, 요리, 회사생활, 경제 관련, 나처럼 소소하게 사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글이 다양한 만큼 공통점을 찾기는 어려웠지만, 독자들이 공감이 갈 만하고 고유성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결국은 상식적인 수준의 답밖에는 알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던 패기에 비해 결론은 쭈굴해졌다. '선정기준을 너 같으면 알게 하겠나?'라는 자문자답을 내는 것으로.

그러나, 한 가지, 당연히 제목과 내용 둘 다 중요하지만 제목에 신경을 한 번 더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첫인상을 주는 제목이 흥미롭지 않으면 클릭해서 본문으로 들어갈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부터도 제목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예전을 다시 돌아보게 된 계기였다.


둘. '조회수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조회수가 폭발했던 첫날을 보니, SNS와 기타의 유입이 반반이다. 내 경우 다른 SNS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SNS유입은 카카오#플러스가 대부분이고, 기타는 다음을 통해서 들어온 숫자였다. 워낙 두 군데서의 유입이 크다 보니 브런치는 분포로 따지면 2% 정도였다. 아무래도 브런치는 한정적인 유저층을 가지고 있는 반면, 다음과 카카오는 사용자가 많으므로 조회수가 어마어마하다. 내 경우 브런치, 카카오#플러스, 다음 세 군데 동시에 메인이 떠서 조회수가 증가했고, 페북이나 다른 SNS를 하는 작가라면 그쪽의 유입도 본인이 활동하는 만큼 증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셋, '검색과 SNS는 어떻게 산출이 되는 걸까?'

검색은 포털 사이트가 여러 개 있는데, 내 글 제목으로 검색했을 때 네이버, 구글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다음에서는 당연히 검색에서 떴고, 글을 클릭하면 조회수가 1 증가한다. SNS는 내가 페북이나 카톡으로 올린 경로를 통해서 클릭을 하면 역시 조회수가 증가한다.

이게 하다 보니 재밌었던 것이, 내가 친구에게 카톡으로 보내 준 내 글을 내가 클릭해도 조회수가 증가한다. 페북도 마찬가지로 내가 포스팅한 내 글을 클릭하면 조회수가 증가한다. 조회수가 얼마 안 되어서 속상한데 시간은 많고 눈 가리고 아웅도 괜찮다면, 다음에서 제목을 검색해서 들어가기도 하고, 여러 SNS에 올린 내 글을 클릭하면 노력한 만큼 조회수를 늘릴 수 있다. 다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라고 물어본다면 무의미하다고 답하겠다. 또한 단점 하나는, 내가 페북 글을 눌러서 조회수가 증가했는데, 며칠뒤에 '어, 누가 내 페북글을 눌렀나봐'라고 혼자 들떴다가 자기자신에게 실망할 수 있다는 거다. 굳이 내 이야기라고는...


넷 '내 글을 나는 못 찾겠다'

첫 삼일 동안은 메인에 노출되어 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나도 브런치와 다음 메인에서 내 글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없어져서, '아, 이제는 내려갔구나' 했는데 계속해서 조회수가 있는 것을 보니 어딘가에 있는데 나만 못 보는 것 같다.  나는 아무리 새로고침을 팔 아프게 해도 내 글을 못 찾겠다.


독자의 검색어나 클릭하는 글의 종류에 따라 정해지는 알고리즘이 독자와 관련되는 글 위주로 화면에 띄워주는 것 같은데, 여기서 또 재미있다. 지구 상에서 내 글과 관련이 제일 높은 사람이 나인데, 내 화면에는 내 글이 뜨지 않다니. 아마 브런치와 다음을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클릭하는 글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없나 보다 추측을 해 본다. 괜히 기분이 좋다. 컴퓨터가 파악하지 못하는 나의 내면이라니.


일주일이 꿈같았다.

이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때다. 첫날 조회수가 폭발할 때부터, '이건 임시적이다. 내 글이 화면에서 사라지면 조회수는 이전의 몇십으로 내려갈 것이다.'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이 간사해서 시한부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하루에도 몇 번씩 통계를 누르고 새로고침을 하고 있다. 첫날에 비하면 거의 다 떨어진 숫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까지 내 글이 읽히는 게 신기하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 감사한 마음이다. 특히나 라이킷을 눌러주고, 답글을 달아주고 구독을 해 준 독자분들은 한 분 한 분을 다 기억하고 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글을 써야 할까?

오히려 브런치를 시작하자마자 이런 경험을 겪고 나니, 내가 무엇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내가 글을 쓰려고 했던 이유는, 내가 겪었던 끝도 없었던 어둠, 그 속을 버티고 나온 내 경험을 나누어서 나와 비슷하게 터널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건네고 싶어서였다. 그게 내 글을 읽어준 모든 분들에게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댓글 하나하나에 모인 마음이 많은 힘이 되었다.  '이 댓글만으로도 나는 글을 쓰고 있는 이유가 충분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런 행운이 또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좀 더 담담하게, 중심을 지키면서 새로고침을 덜 누를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에는 양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17만이라는 숫자는 정말로 대단한 거지만, 내 글을 읽고 위로받고 잠시라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해 주어서, 나도 정말 행복했다. 그 마음이 계속되기를 바라본다.

조회수가 많은 것도 좋지만, 한 명이라도 내 글을 통해 위안이 된다면 그 한 명이 150만명 같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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