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날, 이사 여자 사람의 옷차림은 어때야 하나?

by 소피아
네 번째 직장에서 내 직책은'이사'이다.

마케팅을 담당한다. 아직은 규모가 작고 이제 틀을 갖춰나가려는 회사이다 보니 당분간은 나 혼자서 일해야 한다. 이전 경력과 회사 내 포지션을 고려해서 '이사'로 결정되었다. 작은 회사이지만 임원이고, 밑에 직원은 없지만 영업팀과 자주 컨택하며 일해야 한다.


이전 회사에서는 여자만 있는 부서를 맡아 부서장을 오랫동안 했었다. 회사의 분위기도 외국회사여서 여자 직원에 대한 시선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객을 만날 때를 제외하고는 옷차림이 어때야 한다고 크게 신경을 써보지도 않았다. 사무실에 있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었다.


나는 옷 입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유니크한 디자인이나 화려한 색감도 즐겨 입는다. 회사 직원이 물어본 적도 있다. '집에 옷 골라주는 코디가 있어요?', '왜?', '아니, 코디가 안티인가 해서' 나 같으면 그 옷은 줘도 안 입었을 거라는 표현이었겠지. 줄 마음도 없었다네.


옷으로 거들먹거리는 건 싫어한다. 하지만, 특히나 고객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옷차림으로 자주 그 사람이 평가된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남자 영업사원들은 시계에 많은 투자를 한다. 비슷비슷한 양복에는 차별점이 없고, 너무 튀는 넥타이도 안되니,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시계를 선택한다고 한다. 나도 고객을 만나러 갈 때는 옷차림을 신중하게 생각한다. 너무 튀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개성 없게 남들과 똑같이 입고 가는 건 자존심이 상해서, 하나 정도는 특이한 걸 장착하려고 한다.


사람의 옷 입은 모습을 보고 취향이나 성격을 예상할 수는 있지만, 몸에 걸친 아이템들의 총금액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건 싫다. 패션이 나를 표현하는 의사소통으로 사용되는 거지, 나 자체를 자리매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비싼 옷을 입고 명품 액세서리를 하면, 상대방이, '아, 돈 많은 사람이구나'로 생각하지만 그 판단이, '괜찮은 사람이구나'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냐하면 그 반대도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근 첫날에 옷을 뭘 입고 갈까 전날부터 고민을 했다.

당분간은 교육만 받는 일정이므로 그렇게 '정장'이라고 크게 소리치는 옷을 입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직원들과 인사하는 자리이고, 특히 남자 영업사원들에게 '이사인데 여자'인 내가 어떤 인상을 줘야 하나 신경이 쓰였다. 사무실에 같이 근무하는 여자 직원들에게도 여성 임원으로서 옷차림 하나, 태도 하나 잘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결국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온다고, 그다지 임팩트 있는 착장은 아니었다. 남색 치마에 하늘색 스웨터를 입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탓에 재킷은 생각지도 않고 롱 패딩으로 감싸 입고 나갔다. 사람들은 내가 1박 2일을 고민한 옷차림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할 것 같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이다. 사무실에 나갈 때에는 좀 더 정장스럽게 또 나답게 입어볼까 한다. 여성이라고 옷차림에서 다르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남자 직원에게든 여자 직원에게든 '저 사람은 옷차림부터 뭔가가 다르다. 일은 어떻게 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으면 좋겠다.


글에 쓸 이미지를 고르느라 '비즈니스 여성 옷'이라고 검색했다가 의외의 결과에 놀랐다.

올라오는 이미지가 천편일률적으로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색 재킷을 입은 모습만 눈에 띈다. 여성은 전문적인 일을 하더라도 결코 눈에 띄게 입으면 안 된다는 공식이 있는 건지 답답해졌다. 개성을 존중하는 옷이 아니라 또 하나의 유니폼이다. 물론 모든 비즈니스 우먼들이 이렇게 입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검색해서 나오는 이미지가 모두 이렇다니 세상의 시선을 일부 보여주는 듯했다.


테레사 메이 전 영국 총리처럼 입고 싶다. 물론 돈이 많이 들겠지.

그녀를 보면서, '옷만 저렇게 입지 능력은 없을 거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한 나라의 수장인데 말이다. 그녀를 보면서, '총리씩이나 되면서 누가 저렇게 옷을 화려하게 입으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거다. 옷차림으로 일을 하는 건 아니고, 다만 옷이 그녀의 자신감,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색채와 형태를 보여주는 것뿐이다.


나는 늘 여성들에게 '고정관념에 맞추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이 되라'라고 말한다. 만일 당신의 개성이 옷 또는 슈즈를 통해 보인다면 그렇게 하라

그녀는 본인의 패션에 대해서 위와 같이 인터뷰에서 말했다고 한다. 그녀의 패션 사진 중에서 이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더 예쁜 옷과 슈즈를 입은 사진도 많았지만 방송에서 장화를 신고 나온(물론 예쁘긴 하지만) 그녀의 자신감과 개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서이다.


이와는 대조되게, 얼마 전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한 여성 국회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왔다는 이유로 한 동안 떠들썩했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의 유무보다 얼마나 눈에 띄지 않게 입고 다니느냐가 중요하고, 특히 여성에게는 더 보수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내 옷이 나를 반영하되, 옷 만으로 평가받지는 않고, 멋있는 '이사인데 여자'라는 인상을 주고 싶다는 게 나의 1박 2일 프로젝트이자, 앞으로의 숙제이다. 할 일이 생겼다. 옷을 좀 사야겠다.

늘 그렇듯이 옷장은 내 옷을 먹는지, 입을 옷이 또 없다.(맞는 옷이 없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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