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erse
캔버스가 온통 나다. 아이는 생각한다. 아이의 팔레트는 살보다 밍밍하고, 생각만큼이나 싱겁다. 금새 지루해진 아이는 별이 난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아이가 찾아낸 우주는 감히 찬란했다. 희망을 머금고 비상하는 캘시퍼의 빨강, 지칠 줄 모르고 청명히 푸른 초록, 순간은 찰나지만 기억은 영원한 보라, 숨을 죽이게 만드는 암흑의 검정까지. 강렬함의 향연 속에서 아이는 온 마음을 빼앗겼다.
아이는 자신이 아무리 튀어도 결코 한방은 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자리로 다투는 별들에게 아이는 기꺼이 밤으로, 여백으로, 희미함으로 존재했다. 구태여 돋보이려고 애쓰지 않았다.
덕분에 아이는 어디서나 사랑받았다. 모두가 아이에게만큼은 경계를 흐리고, 진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곳에서 아이는 별나지만, 별이 ‘나’일 수 없었다.
배척되지 않은 실존과 환영받지 못한 본질. 범상치 않은 평범에서의 소외. 그럼에도 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특색의 부재. 아이는 답을 ‘비-단절’에서 찾았다. 온전함이 고립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오롯이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을 살고자, 아이는 숨기로 했다. 분명 겁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가장 밝은 곳에서 가장 어두운 곳으로의 도약. 이는 헤세의 말마따나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색索을 고집했다. 새파란 항성을 꿈꾸며, 기어코 사색思色에 잠겼다.
물아일체 — 나는 파랑이고, 파랑이 곧 나라는 기분. 이토록 선명한 생과 무르익은 색의 감각. 아이에게 이곳은 정말 별세계였다.
허나 잠수가 길어지자 아이의 숨이 가빠왔다. 심연은 결코 살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었다.
인간은 결코 독존할 수 없으며, 중첩은 외따를 허락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개인들은 얽히고설키어 홀로 남는 법 없이, ‘관계’라는 유기적인 흐름을 형성한다.
그들은 각자의 세계에 어떤 형태로든 색채를 남긴다. 기억은 정서를 새기고, 경험은 변화를 이끈다. 유사성은 깊이를 더하고, 이질성은 폭을 넓힌다.
그러니까 아이는, 보통의 모자람이 아니라 특별한 가능성이었다.
동경하는 우주에게,
아이는 더 이상 별과 다름을 넘보지 않는다. 스스로를 빛의 모든 파장으로 채우고도 기꺼이 공백으로 남기를 선택했다.
요사이 좀처럼 붙어 있는 틈이 없다. 아이는 기약 없는 파랑으로 떠났다.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다. 꼭 돌아올 것을 알고 있으니 기다리는 것쯤은 괜찮다.
추신. 아이의 이름은 ‘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