짹짹이의 묘

by 김은하

막내 동생이 대문 안으로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책가방을 마루에 휙 던져두고는 종이 상자 안에서 꿈틀거리는 참새에게 달려간다.

“짹짹아! 잘 놀았어!”

하고 정답게 안부 인사를 한다. 하지만 막내가 엊그제 길가에서 주어 온 어린 참새는 꼬마 주인에게 별 반응이 없다. 날아가지도 못하고 길가에 떨어져 파닥거리고 있는 참새를 정 많은 막내가 품에 안고 집으로 가져온 것이다.

막내는 딱지 접을 때 요긴하게 사용하던 두꺼운 종이상자까지 아낌없이 내어주며 참새 집을 만들어 주었다. 어머니를 졸라서 참새 주변에 곡식 몇 알과 작은 물그릇을 가져다 두었다. 낡은 옷을 가위로 잘라서 참새 이불도 만들어주며 지극정성이다.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의 철이와 닮은 막내 동생은 우리 집의 귀여운 사고뭉치다. 공부 잘하는 형들과는 다르게 막내는 해 질 때까지 밖으로만 뛰어다녔다. 막내의 손등은 늘 엉망이었다. 겨울이면 손이 얼고 손등에서 피가 나고 그 상처에 딱지가 앉았다. 그 딱지가 다시 갈라져서 피가 나는 것이 반복되었다.

막내는 손등이 아팠을 텐데 한 번도 아프다고 칭얼거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막내를 항상 가여워하셨다. 어머니는 막내가 세상모르고 꿈나라 여행 중일 때면 예쁜 간호사 그림이 그려진 안티푸라민을 상처투성이의 손등에 조용히 발라주며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셨다.

그렇게 뛰어놀기 대장이던 막내가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 들어온 것이다. 책가방을 던져놓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요 며칠 집안에서 종일 어린 참새랑 도란거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시들거리는 들풀처럼 기운 없던 어린 참새는 며칠을 버티지 못했다. 참새는 더는 작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곧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막내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나와 첫째 동생은 막내에게 무언가를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철부지 우리들도 ‘생명이 없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까? 우리는 불쌍한 어린 생명이었던 참새의 장례를 준비하기로 했다. 막내는 숟가락으로 뒷마당에 땅을 열심히 파내었다. 첫째 동생은 나뭇가지를 두 개 주어왔다. 그리고 어머니의 반짇고리 통에 있던 무명실로 나뭇가지를 엇대어 작고 어설픈 나무 십자가를 만들었다. 나는 낡은 옷을 가위로 잘라서 가엾은 참새의 몸을 감쌌다.

우리가 이해할 만큼의 눈높이에 맞추어 죽은 참새를 땅에 고이 묻어주고 흙으로 다시 덮어 주었다. 첫째 동생은 나무 십자가를 참새 무덤 앞에 세우려다 말고 갑자기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잠시 후 연필을 들고 나온 첫째 동생은 나뭇가지 위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짹짹이의 묘’라고 썼다. 어린 참새가 잠시 머물렀던 종이상자로 만든 집에서 곡식과 물을 가져와서 초라한 무덤 위에 뿌려 주었다.

교회에 가본 적도 없었던 어린 우리들은 어설프고 삐딱하게 서 있는 나무 십자가 앞에서 짹짹 이와 우리 나름의 이별 인사를 했다. 몸이 약해서 늘 어머니의 손이 많이 갔던 첫째 동생이 먼저 인사를 했다.

“짹짹아!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마.”

온 동네를 뛰어 다니며 씩씩하기만 했던 막내 동생도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짹짹아! 하늘나라에 가면 엄마 아빠 꼭 만나고 헤어지지 마!”

우리는 불쌍한 참새와의 이별이 슬펐다. 하지만 어린 우리들의 가슴에도 짹짹이가 아프지 않고 행복한 곳으로 갔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된 나는 마음이 불편하거나 생각이 많아질 때는 가끔 공동묘지를 간다. 장례 일을 하는 남편과 함께 일하다 보니 죽음을 자주 접해서일까? 공동묘지가 무섭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지고 내 속이 시끄러울 때면 공동묘지처럼 조용한 곳이 없다. 나를 복잡하게 흔들어대는 문제들도 삶과 죽음의 경계선 가까이에 서서 다시 바라보면 조금씩 마음에 정리가 되기도 한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 사연 없는 죽음도 없다.

그 시절 ‘짹짹이의 묘’ 앞에서 고개 숙이고 있던 세 아이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아이들이 품었을 막연한 희망들을 품어본다. 아이들을 가슴에 꼬옥 안고서 토닥여 주고 싶다. 결이 고운 아이들의 꿈속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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