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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브랜딩 May 29. 2024

늙은 개, 올리브

미운새끼오리 이야기 #04

"거기서 뭐하는 거냐. 이쪽으로 나와."


"누구세요?"


"올리브. 다들 날 그렇게 불러."


늙은 개 올리브는 돌아보며 여러 번 짖었다. 곧이어 늙은 할아버지가 다가오더니 올리브의 머리를 쓰다듬고, 새끼오리를 조심스레 안고 갔다.


할아버지의 집으로 가는 동안, 새끼오리와 올리브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 어디로 가는거에요?"


"우리 집, 비에 젖은 네가 있던 숲 속보단 안전할거야. 좀 피곤한 녀석들이 많긴 하지만."


새끼 오리는 크고 거친 할아버지 손에 보스담히 들려 갔다. 할아버지 손에는 그동안의 세월이 나무의 나이테 처럼 박혀 있었다.


어릴 때부터 평생 일만 한 손이었다. 그 손으로 참 많은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키우고, 멀리 보냈다.


"이 맘 때 쯤인가.."


할아버지는 집이 보이는 작은 언덕에 다다르자, 자루에서 딱딱한 빵을 꺼내 먹었다. 가루 부스러기는 오리에게도 나눠주었다.


새끼 오리의 작은 심장이 콩콩 거렸다. 살아있다. 생명이다. 할아버지는 생명을 손에 쥔 채, 죽음을 생각했다. 할아버지는 대부분의 가족을 잃었다.


때론 살아있다는 것이 죽는것만 못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냈을 때가 그러하다.


마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 가족들을 만들라고 했다. 우스운 얘기였다. 새로운 사람 100명을 만난다 해도, 그 사람일 수 없었고 그 아이일 수 없었다.


물건처럼 대체될 거라고 여기는 생각 자체가 화가났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할아버지는 화를 냈다.


사람들은 점차 할아버지를 피했다. 그런 할아버지 옆에는 항상 올리브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작은 회색 새끼오리도 한 마리도.


(다음편에 계속...)

만나서 반가워요 할아버지

https://brunch.co.kr/@kimeunho/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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