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랑을 한다는 것

미운새끼오리 이야기 #05

by 엄마의 브랜딩

삶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작은 순간들로 채워진다. 할아버지는 잘 때 그렁그렁 코를 골았다. 몸이 아픈지 끙끙 앓기도 했다. 아기오리는 그럴때마다 잠이 깼다. 할아버지를 보다가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크고 투박한 손으로 모이를 건내 주었다. 야채잎사귀들을 잘게 찢어주기도 했다. 물통의 물은 늘 깨끗하게 갈아주었다. 할아버지는 자신을 위해 환기를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기 오리를 위해 환기를 하기 시작했다. 청소를 했다. 빨래를 했다.


가정에 작은 생명이 하나 더 숨쉰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었다. 할아버지의 닫힌 창문으로 옅은 빛이 새어 들어왔다. 부비고 들어온 빛은 할아버지의 내면을 조금씩 밝히고 있었다. 오리는 그런 존재였다. 할아버지에게.


불면증이었던 할아버지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생전 요리도 안하다가, 조금씩 뭔가를 먹기 시작했다. 과일한조각, 빵 한조각, 갓 짠 양젖 한컵, 그러다 굴뚝 연기도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오래도록, 머금은 겨울 추위가 물러날 무렵. 오리는 좀 더 자랐고, 할아버지의 오두막은 좀 더 깨끗해졌다. 더이상 코도 골지 않았다. 다만.


할아버지의 기침이 좀 더 잦아져, 오리가 자주 깰 뿐이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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