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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플릭스 Feb 21. 2018

당신이 보고 들은 모든 게 기록된다

넷플릭스(Netflix); 블랙미러 '악어(Crocodile)'

    몇 년 전, MBC <무한도전>에서 최면술을 통해 방송인 노홍철의 기억을 들춘 적이 있다.


주사 맞기 싫어요! 무서워요!

    노홍철은 기억을 되감기라도 한 듯, 그때의 두려움을 그대로 표현했다. 보고 듣고 느낀 것까지 모두 저장하는 인간의 뇌. 그러나 유튜브 영상처럼 생생한 재생은 어렵다. 최면의 한계다.


    <블랙미러> 시즌4 세 번째 에피소드 '악어(Crocodile)'에서는 그런 최면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타인의 기억을 보는 기기 '리콜러'가 그 중심에 있다.


타인의 기억을 재생할 수 있는 리콜러. Netflix



    유명 건축가 '미아'와 그녀의 전 남자친구 '롭'. 15년 전 그들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인 뒤 시체를 유기했다. 그러나 당시 피해자 가족 관련 기사를 본 롭은 더이상 죄책감을 억누를 수 없다.


    롭은 마침 강연을 끝낸 미아의 호텔에 찾아간다. 미아는 익명으로라도 진실을 알리겠다는 그를 말린다. 15년 전 범죄를 자백하기에 그녀는 지금 잃을 게 너무 많다. 그녀는 롭을 살해한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커튼을 닫으며 호텔 앞 교통사고를 목격한다.


미아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살인한다. Netflix


    리콜러로 교통사고의 원인을 파헤치는 보험조사원 '샤치아'. 여느 때처럼 한 호텔 앞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를 조사 중이던 그녀. 근처 건물에서 일하는 치과의사의 기억에서 창가에 선 여자를 발견하다. 샤치아는 그녀의 기억이 이 사고의 중요한 단서가 되리라 확신한다.


    미아를 찾아온 샤치아. 그러나 미아는 누구도 알아선 안 되는 그날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리콜러 앞에서 애써 다른 기억을 떠올리려 한다. 그러나 그날의 살인뿐만 아니라 15년 전 교통사고 뺑소니 기억까지 겹쳐 리콜러에 나타나고 만다. 온갖 기억을 봐 온 샤치아지만, 살인 장면은 아무래도 충격적이다. 그리고 그 살인범이 바로 눈앞에 앉아 있다.


잔뜩 긴장한 채 기억을 보여주는 미아. Netflix


    미아는 다급히 장비를 챙겨 나서려는 샤치아를 쫓아간다. 그리고 바닥의 벽돌을 집어 든다.



    15년 전, 롭이 시체를 유기할 때 미아는 경찰을 부르려 했다. 그러나 롭의 만류로 그들은 공범이 되었다. 15년이 지난 후 자백하겠다는 그를 죽인 건 미아. 그동안 쌓아 온 커리어와 그녀가 지켜야 할 가족. 잘 덮어 둔 과거 때문에 이 모든 걸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잃을 것이 없었던 롭-얼마 전 술을 끊었다는 것,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그의 외모로 추측-에게는 과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유족의 마음을 동정할 여유가 있었다.


    롭과는 반대로, 미아는 그녀 스스로 쌓아 온 실력과 명예가 오히려 그녀를 망치는 무기가 된 것.


    온갖 범행을 저지르고 아들의 학예회에 찾아간 미아. 아들이 선 무대에서 나오는 노래 가사는 그녀에게 일침을 가한다.


너는 기억될 거야.
네가 말하고 행동한 대로.


그렇게 지켜낸 가족을 보며 미아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Netflix


    이전에도 블랙미러 시리즈에서 여러 차례 다뤘을 만큼, 기억은 인간이 궁금해하는 영역이다. 자기 자신 또는 누군가의 기억을 생생하게 보고 싶어 한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것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불과 노홍철이 당했던 최면만 하더라도. 엉엉 우는 모습이 타의에 의해 전국에 방송됐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당사자는 수치스럽지 않았을까.


    기억은 기억으로.



*사실 이번 편보다 시즌1 <당신의 모든 삶> 편이 조금 더 현실적이고 생각할 것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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