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플릭스 Feb 28. 2018

미드보다 몰입감 높은 스페인 드라마

넷플릭스(Netflix); 종이의 집(La  Casa de Pepel)

    한국어를 쓰는 사람에겐 어려운 rr발음. 그 외 영어와 비슷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빠른 말. 그런 스페인어와 함께 떠오르는 스페인 드라마의 이미지.


<아내의 유혹>보다 더 막장일 것 같은 드라마


    우두머리 천재 교수와 8명의 공범. 그들은 조폐국을 점령해 거액의 돈을 손에 쥐려 한다. 말 그대로 ‘종이의 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종이의 집>. 개연성 없는 막장은 없었고, 오히려 좀비로 가득한 다른 외국 드라마보다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조폐국 점령에 기뻐하는 덴버. Netflix



    이 거대한 범죄를 계획한 건 뛰어난 지성을 갖춘 한 교수. 그의 목적은 단순히 쌓여 있는 돈을 터는 것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돈을 만드는 곳, 조폐국을 점령하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따라서, 교수의 진리는 하나다.


시간이 많을수록 더 많은 돈을 만들 수 있어. 시간은 곧 돈.


    교수의 주도하에 모인 8명의 공범. 그들은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범행에 관해 배운다. ‘배운다’라고 할 만큼 교수는 철저히 준비한 것들을 공범들에게 가르친다.


    결전의 날, 교수의 지휘 아래 공범 8명은 조폐국을 점령한다. 그리고 그들은 수십 명의 인질과 함께 경찰과 대치한다.


그들은 인질에게도 같은 옷을 입혔다. Netflix


    다른 곳에서 이를 지켜보는 교수. 그는 유선으로 공범들을 지휘하고 경찰과 협상하며 최대한 시간을 끈다. 교수가 시간을 끄는 동안 조폐국 안 기계는 계속해서 유로를 찍어낸다.


돈을 찍어내는 인질들. Netflix


    경찰과의 대치가 며칠간 지속된다. 그러는 사이 조폐국 안은 인질과 범죄자로 이루어진 작은 사회가 형성된다. 교수가 말한 규칙을 어기며 권력을 휘두르는 우두머리 ‘베를린’, 정부가 우선적으로 탈출시키려는 인질이자 영국 총리의 딸 ‘앨리슨 파커’, 그리고 그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인질 무리들.


    그런 와중에 교수는 술집에서 마주친 경찰 '라켈'에게 말을 건넨다. 그녀는 방금까지 자신이 전화로 협상하던 범죄자가 눈앞에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교수와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교수는 라켈과 대화하며 경찰의 동태를 살핀다. 그러나 그것이 꼬리가 되어 경찰의 수사망은 점점 교수를 향한다.


범인과 사랑에 빠져버린 경찰 라켈. Netflix




    <종이의 집>은 마치 <알쓸신잡>과 이야기 전달 방식이 비슷하다. 조폐국 안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과거 범죄 준비 과정을 플래시백과 같이 보여주기 때문. 철저히 준비했음에도 실패한 일의 원인이 되었던 일, 그들 사이에서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사건 등. 이런 요소들이 종이의 집에 개연성을 더하고 내용을 풍성하게 한다. 또한, 교수라는 이름에 걸맞은 경찰과의 협상 실력과 보는 이의 심장을 졸이게 하는 그의 순간 대처능력도 이 드라마의 몰입 요소이다.


교수(가운데)와 그의 공범들. Netflix


    돈을 노리는 9명의 강도와 경찰이 대립하는 단순 액션 영화였다면? 지루할 뿐이다. 그러나 <종이의 집>에는 똑똑한 교수와 경찰의 머리싸움이 있다. 그리고 한 건물 안에 구성된 사회와 갈등도 있다. 흥미와 현실감, 몰입감이 모두 존재한다.


    나의 첫 스페인 드라마이자, 다른 스페인 드라마까지 궁금케 한 <종이의 집>이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이 보고 들은 모든 게 기록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