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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갱 Apr 22. 2022

나는 예민한 사람입니다.


결혼과 동시에 미국에 이민 오게 된 나는 이방인으로서의 서러움과 타지 생활의 외로움보다 같은 한국인 혹은 한국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받는 시선이 더 견디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모두의 삶이 조금씩 다르듯 그들과 내 생활이 절대 같을 수 없고 내가 모든 걸 말할 수 없음에도. 나에 대해 반의 반도 모르면서 그냥 던지는 말들이 가끔씩은 버겁다.


어쩌면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사는 이상, 이방인으로서의 서러움은 내가 안고 가야 하는 숙명이고 타지 생활에서 외로움은 스스로 극복 가능한 부분인데, 남들이 생각 없이 던지는 말들에 이따금씩 생각이 많아진다.


분명 남인데, 자꾸 곱씹어보게 되는 말들.


"나는 돈을 줘도 미국에선 못 살 거 같아."

"미국 가면 인종차별당하잖아."

"미국 뭐가 좋아. 돈 있으면 한국이 최고지."

"거기서 살면 총 맞지 않아?"

"거기 병원비 비싸서 병원 못 가지?"


뭐 어때? 하다가도 한숨이 종종 나오는.. 이민을 오기 전엔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다. 나를 향한 부러움인지 혹은 그저 아니꼬운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싫어서 인지 혹은 그냥 뇌가 없는 건지.


나는 매우 예민한 사람이다. 누군가 나에게 예민하다고 하면 언제나 부정하지 않았다. 예민한 것이 도움이 되는 직업을 갖었었고 예민함 덕분에 기상 알람이 필요 없고, 예민함 덕분에 사람을 잘 파악한다. 또 예민함 덕분에 크게 다친 적이 없고, 예민함 덕분에 일상이 조금만 달라져도 새롭다.


물론 예민해서 나쁜 점도 많다. 예민함 때문에 까탈 부리는 사람 되고, 예민함 때문에 항상 걱정이 많은 피곤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또 예민함 때문에 사서 고생을 하고 이 망할 놈에 예민함 때문에 필요 이상의 것을 느낀다.


나는 항상 레이더가 켜져 있는 기분으로 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인


"I don't give a shit."


 나 진짜 신경 쓰기 싫어! 이 말만큼은 한국어보다 영어가 아주 귀에 쏙쏙 박힌다. 똥 따위도 주기 싫다니.


그런데 태어나기를 예민하게 태어난 나는 분명 다시금 신경 쓰게 될 거란 걸 잘 안다. 뭐, 이제는 그리해도 괜찮다. 어차피 30년을 넘게 예민하게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무던한 사람으로 바뀌는 게 더 말이 안 되지 않을까.


어쩌면 그 예민함 덕분에 오늘도 글을 써내려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나는 쭉 예민할 거고 계속 예민하고 싶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언젠간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나는 항상  한 선택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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