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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갱 Apr 08. 2022

뉴욕은 뉴욕이다.

뉴저지에 살면서 가장 큰 장점이라면 뉴욕과 가깝다는 것이다. 뉴욕에 큰 기대와 로망이 있지는 않았지만, 뉴저지를 언제 떠날지 모르니 사는 동안 많이 다녀오자 싶어 한두 달에 한 번씩은 뉴욕을 꼭 방문했다. 결국 2년 만에 뉴저지를 떠나게 되었으니, 후회 없이 잘 즐겼다고 생각한다.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가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기차를 타거나 자차를 이용하는 것이다.(뉴저지 북부에 산다면 허드슨 강을 가로지르는 페리도 이용 가능하다.) 내가 살았던 프린스턴의 경우 뉴저지 중부에 위치해 있어 뉴욕에서 기차로는 1시간 10분, 차량으로는 1시간 30분이 걸리는 곳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이 큰 미국 땅에서 1시간 30분쯤이야 가까운 것이라 생각을 하며 열심히 다녔지만, 점점 뉴욕은 뉴욕이고 뉴저지는 뉴저지구나 싶었다. 모든 인프라가 뉴욕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뉴저지에는 문화생활을 즐길만한 것이 없었다. 항상 뉴욕을 방문해야만 누릴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뉴저지의 세금이 도대체 왜 이렇게 높은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뉴욕에 갈 때마다 먹고 즐기는 비용 외에도, 톨게이트 비용이나 주차비를 무시할 수 없었고 기차를 이용할 경우에도 2인 기준 왕복으로 계산하면 톨게이트 비용보다 더 비쌌다. 대부분 반려견과 함께 뉴욕을 방문했기 때문에 주로 차량을 이용했는데, 스트릿 파킹 실수로 90불의 페널티 비용을 지불한 적도 있다. 물론 요령이 생겨 실내주차장 앱을 이용하면서 조금은 주차가 수월했다.


박물관의 경우 뉴욕에서 거주하는 시민에게는 혜택이 있었지만, 바로 옆 뉴저지에서 거주하는 나는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개인 신용카드로 얻는 무료입장 혜택을 이용하거나, 모든 값을 지불했다. 밥값의 경우 뉴저지 보다 조금 더 비쌌지만 맛은 훨씬 좋았다. 워낙에 식당들이 몰려 있어 경쟁이 심하고 관광지이자 도심이다 보니 돈을 지불한 만큼의 맛은 느낄 수 있었다. 또 코리안 타운, 차이나 타운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영화 속 뉴욕의 명소들을 하나하나 가볼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이 좋은 뉴욕에서 겪은 최악의 일이 있는데, 크리스마스에 2박 3일로 일정을 잡고 뉴욕에 방문했을 때이다. 두 번째 방문하는 뉴욕이었기 때문에 너무 신이 나 월스트릿, 각종 미술관,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등등 열심히 명소를 탐방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호텔 측에 맡겨두었던 내 캐리어가 분실되었다. 그래도 중심가에 있는 유명 호텔이 고객의 가방을 이렇게 허술하게 보관하다니. CCTV도 없고 가방 보관소의 문도 잠겨있지 않았다.


우리에게 직접 가방을 찾아보라며 들여보내 주기까지 했다. 내 예상에는 분명 직원 중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가방을 빼돌렸을 것 같았지만, 그들은 실수로 다른 고객에게 가방을 건넸고 그 고객이 가방을 가지고 갔다고 했다. 누가 봐도 가방이 내 것이 아닌데 그걸 가져갔다라. 참고로 내 가방은 잠겨져 있었고, 다양한 스티커와 이름이 떡하니 적혀있는데 말이다. 실랑이를 벌인 끝에 그들은 방에서 하루를 더 머물 것을 제안했지만, 나는 더 이상 그곳에서 머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집으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들은 어떤 직원이 실수를 했는지조차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고, 매니저의 얼굴은 보지도 못했으며 그저 메일로 이틀 뒤 가방을 찾았으니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택배비와 호텔 리워드로 일정 금액을 받았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동양인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뉴욕이라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냥 운이 없었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은 여전히 파리 다음으로 내가 사랑하는 도시이다.

언젠가 다시 동부로 돌아가게 된다면 딱 2년쯤 살아보고 싶다. 친절함보다는 쌀쌀맞은 뉴요커가 많은 곳. 커피 한잔의 여유보다 서울만큼이나 치열하게 살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곳. 봄과 여름이면 웃을 벗어 햇살을 온몸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가을이면 낙엽이 떨어져 서늘하지만, 겨울이면 센트럴 파크에서 눈썰매를 타며 사는 곳. 더럽고 지저분한 거리 때문에 호불호가 있는 분명한 도시지만 그럼에도 대체 불가능한 매력을 갖고 있는 곳.



언제나 뉴욕은 뉴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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