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미국에서 살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주재원, 가족이민, 투자이민, 학업, 취업 등등. 나는 미국을 여행으로라도 가본 적이 없는 토종 한국인이었는데, 남편 덕분에(?) 이곳 미국에서 살고 있다. 남편은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나 10년간 살다가 한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나를 만난 이후 한국 군대를 가고 미국으로 함께 왔다. 즉 선천적 미국 시민권자가 군대를 다녀와 한-미 이중국적을 취득한 것.
우리가 연애를 시작한 건 둘 다 스물일곱 살 때였는데, 첫 만남에 자신은 군대를 가야 하고 다시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 했다. 사귀기 전이었기에 나는 얼마든지 RUN 할 수 있었지만, 그 순간 결혼할 운명인지 인연인지 무슨 용기 인지도 모른 체 술술 대답을 했더라. 혹은 그저 친구라고 생각해서 내 의견을 건넨 것일 수도... 하하
"그래 군대 가라. 내가 너였어도 군대를 가고 한국 국적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요즘 세상에 국적이라는 것이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한테는 어느 정도의 책임감이라고 느껴진다. 난 책임감 있는 사람이 좋다."라고
그는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로서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스물일곱 살이 될 때까지 꽤 많은 고민을 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 '군대를 굳이 왜 가.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지, 바보야?'라는 반응이었고 나의 대답에 상당히 놀랐던 듯했다. 어쩌면 나의 대답 때문에 우리가 함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와 연애를 시작한 지 8개월 뒤 군대를 갔고 나는 조금 늦은 나이에 고무신이 되었다. 우리는 최대한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기 때문에 군 복무 중에 혼인신고, 영주권, 취업, 이민, 결혼식, 신혼여행 준비를 동시에 진행했다. 매일 그와 전화를 하고 매주 노트북을 들고 면회를 가서 각종 자료를 취합하고 서류를 준비했고 그는 또 외출 및 휴가를 받을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었다.
사실 미 시민권자가 한국 군대에 간다고 해서 얻는 이득은 단 하나도 없다. 오히려 "너 도대체 왜 왔냐?" 소리만 자주 들을 뿐, 물론 뭔가를 바란 것도 아니고 스스로의 선택이었기에 여전히 후회는 없고 생각보다 배울 점도 많았다고 했다. 나 또한 그랬다. "네 남자 친구 군대 왜 가? 너 진짜 기다릴 수 있어?" 하지만, 언제나 고난과 역경 뒤에 행복이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분명 가치 있는 힘듦이라 여기며 2년을 보냈다.
그렇게 군 제대 한 달을 앞두고 우리는 결혼식을 올렸고 제대 후 3주간의 꿀 같은 신혼여행을 마친 뒤 남편의 취업과 동시에 미국 땅을 밟게 되었다.
*한-미 이중국적 이슈는 법 개정에 따라 조금씩 변동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선척적 미 시민권자가 국방의 의무를 다 하면 한국 국적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미국에서는 미국인으로 한국에서는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덧붙여 군 제대 후 2년 안에 외국국적 불이행 서약을 해야 합니다.
*배우자 2년 임시 영주권(CR1): 필자의 CR1 비자는 한국에서 진행하였고, 현재 변경된 과정과 달라 정보의 혼란을 초래할 듯하여 적지 않겠습니다. 다만 궁금증이 있으신 경우 댓글 주세요. 또 현재 미국에서 10년짜리 영구 영주권(IR1)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니 매거진을 연재하며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