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능적으로
공정함을 원합니다.
열심히 하면 나아져야 하고, 성실하면
보상받아야 하며, 착하게 살면
좋은 일이 생겨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믿음은 어릴 적부터 체계적으로 주입됩니다.
“공부하면 좋은 대학 간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
“남에게 베풀면 반드시 돌아온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며 점점 깨닫습니다.
노력한다고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때로는 성실한 자가 무너지고,
게으른 자가 웃으며 살아갑니다.
왜 그럴까요?
노력은 인간의 의지이지만,
결과는 인간의 영역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회라는 복잡한 구조 속에 존재하고,
그 구조는 애초에 완전한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출발선은 다르고, 자원이 다르고,
보이지 않는 유리벽들이 존재합니다.
노력의 가치가 절하되거나, 애초에 기회조차 박탈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과’라는 개념 자체가 애매합니다.
우리는 보통 “내가 원하는 어떤 상태”를
결과라고 부르지만, 그것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결과일까요?
예컨대 어떤 사람이 온 마음을 다해 글을 썼지만, 아무도 읽지 않았다고 합시다.
그 글이 무의미했던 걸까요? 아니면 그것은 단지 ‘읽히지 않았을 뿐’일까요?
이쯤 되면 우리는 노력과 결과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결과를 위해 노력하는 걸까요?
아니면, 노력 그 자체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걸까요?
더 많이 노력한 사람이 더 많이 무너지고,
타인의 운이 나의 성과를 가로막기도 합니다.
이 불합리 속에서 인간은 좌절하거나
냉소하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력은 반드시 보상받지 않지만,
노력 없는 삶은 방향을 잃습니다.
보상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애를 씁니다.
그리고 그 애씀 자체가 삶의 흔적이 됩니다.
삶은 거래가 아닙니다.
"이만큼 했으니 이만큼 받아야 한다"는 식의 공정성은 환상에 가깝습니다.
진정한 노력은 계약이 아니라 존재의 표현입니다.
내가 나로서 살아 있다는 증거는, 무엇인가를 향해 진심으로 애썼다는 사실에 남습니다.
그러니 저는 이제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력은 종종 헛되지만, 결코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결과가 아닌 과정 속에서 인간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드립니다.
당신은,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계속 애쓸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