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좇을수록, 삶은 멀어진다
행복은 오랫동안 인간 삶의 궁극적 목표처럼 여겨졌습니다.
철학도 종교도, 심리학도, 교육도 모두 결국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행복하세요.”
가장 자주 듣는 인사이자, 가장 모호한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질문해 봅니다.
정말로 행복이 삶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요?
행복이라는 말은 어딘가 편안하고 따뜻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만큼 불분명한 말이기도 합니다.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기쁨일까요? 만족일까요? 충족감일까요? 평온함일까요?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고, 조건도 다르고, 심지어 ‘행복하다’는 느낌조차 천차만별입니다.
그렇다면 이 모호한 개념을 삶의 ‘목적’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어떤 이에게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평온한 저녁이 행복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성취와 명예가, 또 어떤 이에게는 자유가 그렇습니다.
누군가에겐 술 한 잔과 밤바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의 시간이 행복입니다.
이토록 주관적이고 일시적인 감정이 과연 삶 전체를 끌어가는 방향성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종종 이런 문장을 듣습니다.
“결국은 행복하려고 사는 거야.”
그 문장은 표면적으로는 위로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무거운 전제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 고통받는 것도, 참는 것도, 견디는 것도 모두 행복이라는 결과를 위해서다.”
이 말은 결국, 현재의 고통을 ‘행복이라는 미래’로 환산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사고방식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행복이라는 미래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설령 찾아왔다 해도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행복은 감정입니다.
감정은 늘 일정하지 않습니다.
오늘 행복했던 일이 내일은 지루하거나, 불쾌하거나,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감정은 파도처럼 출렁입니다.
그렇다면 그 파도 위에 인생이라는 무게를 실을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곧 이런 말로 바뀌어갑니다.
“이 정도면 행복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남들보다 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허전하죠?”
“가진 것도 있고, 부족함도 없는데 왜 자꾸 무기력해질까요?”
이 질문들은 하나의 진실을 드러냅니다.
행복은 비교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조건을 갖췄다고 해서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
사람들은 종종 무언가를 얻으면 행복해질 거라 믿습니다.
돈을 벌면, 사랑을 얻으면, 목표를 이루면, 무언가가 해결되면.
그러나 그 ‘무언가’가 이루어진 순간, 또 다른 부족함이 고개를 듭니다.
행복은 어떤 상태라기보다, 결핍의 순간을 잠시 잊게 만드는 감정의 흐름일지도 모릅니다.
행복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그 자체가 끊임없는 추구의 상태를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직 행복하지 않다’는 전제 아래,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을 소모하면서
‘언젠가 도착할 행복한 미래’를 상상합니다.
그러나 인생은 종착지가 아니라, 과정의 연속입니다.
결국 행복은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한 채,
기약 없는 미래 속으로 미뤄집니다.
그 결과, 지금 이 순간은 늘 불충분한 것이 됩니다.
“행복하지 않으니 아직은 멈추면 안 된다.”
“이대로는 부족하다.”
“조금만 더 버티자.”
이런 사고는 삶을 쫓는 것이 아니라,
삶을 유예하는 방식이 됩니다.
행복은 도달하는 목표가 아니라,
지나는 상태입니다.
마치 햇살이 구름 사이로 잠시 비치듯,
우리는 행복을 ‘잠깐 경험’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 순간은 반짝이지만, 오래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합니다.
행복이라는 미래의 그림을 그리느라,
지금의 삶을 흘려보내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라고 묻지만,
그 질문은 방향이 잘못되었습니다.
“행복하지 않아도,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결국 행복은 삶의 부산물입니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누구를 진심으로 대하고,
자신의 시간에 책임지고 살아갈 때
어느 순간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행복입니다.
행복이 목적이 될 때 삶은 끊임없는 결핍에 시달리지만,
삶을 충실히 살아갈 때 행복은 아무 이유 없이 당신을 찾아옵니다.
그러니 이제 행복을 내려놓을 때입니다.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십시오.
행복하지 않은 당신의 삶도 여전히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제 묻겠습니다.
당신은 행복해지려 애쓰는 동안,
지금 이 삶을 얼마나 놓치고 계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