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신이라
부부가 뭔지 모른다
그래서 더 자주
그들의 풍경을 들여다본다
마트에서
같은 고추장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모습도
병원에서
진료실 문을 나서며
작은 손을 꼭 쥐고 있는 장면도
어쩌면
부부란 그런 거 아닐까
계속해서
다른 페이지를 함께 넘기는 일
서로를
다 읽지 못하면서도
결국 책을 덮지 않는 사이
가끔은
말보다 한숨이 더 길고
웃음보다
침묵이 더 많은 날도 있겠지만
함께 늙어간다는 건
아무리 오래된 집이라도
등불 하나는
늘 밝혀두는 일일 것이다
나는 모른다
그들의 다정함이
언제부터
의무로 바뀌는지를
또는
의무가
어떻게 다정함으로 되돌아오는지를
그저
창문 너머
식탁 위
두 개의 찻잔을 보며
혼자 상상해 볼 뿐이다
그들만의
고요하고 복잡한
그 세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