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함께" 작가 소개 및 브런치북 리뷰
신사연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고통을 미화하지 않고 정제된 미학으로 서술한다. 언어 이전의 감각이 어떻게 감정으로 변환되는지를 감지하며, 문장으로 환원한다.
그녀의 글은 감각의 파편이자 감각으로의 초대장이다.
어떤 장면은 영화가 끝나도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 장면에서 숨을 멈췄고, 울었고, 말을 잃었다.
이 시리즈는 감정 감정의 트리거가 된 한 컷을 붙잡아, 정서의 잔류를 탐색한다.
정신과의사 H와 관찰자의 대화를 따라, 영화는 분석되지 않고 감각된다.
우리는 줄거리 대신 여운에 반응하고, 설명 대신 침묵을 붙든다.
편집되지 않은 감정, 언어화되지 않은 감각이 여기 남는다.
장면은 해석이 아니라 증언이며, 이 기록은 기억의 편집본이 아니라 정서의 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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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개봉한 『엑소시스트』는 단순한 공포영화를 넘어, 믿음과 의례, 인간 내면의 붕괴를 관찰하는 장치로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글은 영화의 공포를 ‘감각적 충격’이 아닌 의례적 경험으로 해석하며,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심리적·신학적 질문에 주목합니다.
기록하는 정신과 의사 작가는 14살이라는 나이로 처음 경험한 이 공포를 “공포의 성찬”이라 명명하며, 십자가가 더 이상 구원의 상징이 아니라, 폭력과 무력의 도구로 변모하는 순간을 섬세하게 언어화합니다.
“십자가는 더 이상 구원의
기하학이 아니었다.”
이 한 문장은 영화와 글의 핵심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종교적 상징이 의례적 공포 속에서 재구성되고, 관객의 내면 구조가 흔들리는 순간, 단순한 시각적 충격 이상의 경험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글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영화 속 공포는 단순히 화면 밖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내면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침입’의 형태를 띱니다.
영화 속 소리, 그림자, 장면 전환은 관객의 신경계와 신념 체계를 미묘하게 건드리며, 공포를 외부적 자극에서 내면적 체험으로 전환합니다.
영화 속 특정 프레임이나 장면이 어떻게 관객의 무의식에 기생하며, 장시간 머릿속에 잔존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린과 레건 사이의 순간적 시선 교환, 구마 장면의 극적 조명, 의식의 긴장감이 만들어내는 시각적·심리적 여운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무의식의 상징체계로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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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보는 것이 아니라,
보았다고 믿는 것이었다.”
이 문장은 글의 핵심적 통찰을 드러냅니다.
시각적 경험 자체보다, 관객이 공포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공포의 실질적 힘이라는 것입니다.
공포는 더 이상 순간적 감각이 아니라, 하나의 의례로서 존재합니다.
의례적 공포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믿음을 재검토하며, 신의 존재와 인간의 한계를 동시에 경험합니다.
글에서는 이러한 의례적 공포가, 관객에게 내적 심리 구조를 점검하게 하는 장치라고 명료하게 해석합니다.
글이 가장 탁월한 지점은 신학적·심리학적 시각으로 영화를 재해석한 부분입니다.
일반적 공포영화 리뷰가 줄거리 중심이라면,
이 글은 믿음의 구조, 상징체계, 의례적 경험을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영화 속 십자가, 성수, 구마의식 같은 상징적 도구는 단순한 시각적 장치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신념을 시험하고 붕괴시키는 심리적 장치로 읽힙니다.
특히 14살의 저자가 경험한 ‘공포의 성찬’은 관객이 단순히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이 모독되는 순간을 직접 체험하는 경험임을 강조합니다.
종교적 상징이 폭력과 무력의 도구로 전환되는 순간, 관객은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공포의 의례’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글은 공포 = 의례 + 믿음 붕괴라는 명제를 자연스럽게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글은 흥미롭습니다.
공포는 외부의 실체보다, 무의식 속에 스며드는 기억과 경험을 통해 강화됩니다.
영화의 특정 장면은 일시적 시각적 자극을 넘어서, 장기적인 정서적 파동을 만들어냅니다.
글에서는 영화 속 장면과 상징이 어떻게 신학적 메타포로 확장되는지도 세밀하게 분석됩니다.
예를 들어 십자가는 구원의 기호이자 폭력의 도구로 재해석되고, 성수는 의식적 방어와 심리적 불안정 사이의 경계를 상징하며, 구마의식 자체는 관객과 영화, 믿음과 무력의 삼중 구조를 매개합니다.
이런 분석은 단순한 영화 감상을 넘어, 공포를 통해 인간이 믿음과 윤리, 존재의 구조를 경험하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관객은 공포영화를 ‘봤다’가 아니라, ‘참여했다’고 느끼게 되며, 그 경험은 오래도록 심리적·철학적 여운으로 남습니다.
결국 이 글은 영화 『엑소시스트』를 단순히 공포영화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공포 속에 내재한 의례적 구조와 인간 심리의 붕괴를 탐구하도록 안내합니다.
영화는 시각적 충격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관객의 믿음 구조와 심리적 내면을 시험하는 ‘공포의 경전’으로 자리 잡습니다.
『엑소시스트(1973)』는 시각적 공포를 넘어서, 인간 내면의 신념과 심리를 정교하게 시험하는 작품입니다.
글은 이러한 특성을 깊이 있게 해석하며, 공포영화를 보는 경험을 의례적·철학적 체험으로 전환합니다.
14살의 저자가 깨달았듯, 공포는 단순히 느끼는 감각이 아니라, 믿음이 모독당할 때 내면이 붕괴하는 경험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 독자는 영화 속 공포 장면뿐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공포와 믿음의 구조까지 성찰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