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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_ 김유인

매거진 "함께" 작가 소개 및 브런치북 리뷰

by 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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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소개 _김유인_

주부

캐나다에 거주 중인 주부이며, 가족과 일상, 삶의 순간에서 느끼는 감정을 글로 씁니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브런치스토리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브런치북은 없다.


김유인 작가의 글 중

울고 싶었던 날의 위로 리뷰

https://brunch.co.kr/@yooinkim/41



주제 : 『울고 싶었던 날의 위로』


부제 : 뜨거운 국물과 따끈한 수건이

말해준 사랑의 언어


어떤 글은 처음부터 조용한 울림으로 독자를 이끈다.


김유인 작가의 「울고 싶었던 날의 위로」가 그렇다.
이 글은 거창한 교훈이나 화려한 수사를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통의 하루’ 속에서 피어오르는 작고 뜨거운 순간들을 섬세하게 붙잡는다.


그날의 눈물, 젖은 옷, 젖은 마음, 그리고 마른 수건 한 장이 전하는 온기.
모든 장면이 차분히 이어지며, 독자의 마음 어딘가에 눅눅한 공감의 결을 남긴다.


1. 서두

위로의 정의를 다시 묻다


글의 첫 문장은 묵직하다.

“위로란 무엇일까?”


이 질문 하나로 글은 방향을 잡는다.
작가는 위로를 단순히 ‘좋은 말이나 격려의 행위’로 한정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고단한 여정 끝에서 누군가에게 건네는 물 한 컵,
그 안에 담긴 ‘수고했어’라는 무언의 마음,
그 진심의 온도를 위로라고 정의한다.

이 문단은 철학적이면서도 구체적이다.
‘마라톤 선수에게 물 한 컵을 건네는 장면’이라는 비유는 매우 탁월하다.


위로가 ‘결과’가 아닌 ‘과정의 동행’ 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한 문단만으로 독자는 작가가 추구하는 인간적 온도의 철학을 감지한다.



2. 몸의 이야기

손끝의 위로

이후 작가는 자신의 일터로 시선을 옮긴다.
그는 매일 노인들의 등을 따뜻한 수건으로 문질러 드린다.


그 작은 행위가 노인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묘사한다.



나에겐 큰일이 아니지만, 움직임이 힘든 노인에게는 그 작은 행동이 크고 고마운 위로가 되는 것이다.”



이 문장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몸의 위로’라는 개념이 숨어 있다.


우리는 흔히 위로를 말로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몸을 통해 전달되는 감각적 위로,
즉 손의 온기, 수건의 촉감, 뜨거운 김의 부드러운 숨결을 이야기한다.


이 대목은 글 전체의 정조를 형성하는 핵심 축이다.
위로는 말보다 먼저, 손끝의 온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



3. 사건

눈물의 날, 위로의 부재

이야기는 한 사건으로 이어진다.
비 오는 날, 친구와의 약속이 엇갈리고,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온 채 비를 맞으며 기다리는 장면.


그날따라 모든 일이 꼬이고, 마침내 일자리마저 잃게 되는 날.


삶이 뜻하지 않게 무너지는 ‘그 한순간’이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작가는 그 장면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비에 젖어 더 이상 우산을 살 필요조차 없었다.”


짧은 문장 하나가 절망의 체념을 고요하게 전한다.
독자는 과도한 눈물 대신, 그 담담함 속에서 더 큰 울음을 느낀다.

집에 돌아와 문을 닫으며 쏟은 눈물,
그리고 남편 앞에서 무너진 장면은
작가의 진심이 드러나는 ‘감정의 절정부’다.


그럼에도 글은 절제되어 있다.
자기 연민의 과잉 없이, 인간이 무너지는 순간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4. 전환

남편의 ‘침묵의 위로’

이 글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로 이 대목에서 시작된다.
영문도 모른 채 젖은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
그는 섣부른 위로나 조언을 하지 않는다.
대신 마른 수건을 내밀고,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뜨끈한 국을 준비한다.


그는 섣부른 조언이나 가벼운 위로 대신, 일단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목욕을 권했다.”

이 장면이 이 글의 정서적 중심축이다.


진정한 위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의 언어’라는 사실.


그가 택한 침묵은 방관이 아니라 존중의 언어다.
‘지금 이 사람은 조언이 아니라 온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읽어내는 감각.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며, 가장 깊은 위로의 형태다.


5. 회복

뜨거운 국물, 따뜻한 수건의 은유


욕조의 김, 국의 향기, 수건의 온기.


이 세 가지 이미지는 글 전체를 관통한다.
이것은 단순한 물리적 온도가 아니라, 정서적 회복의 은유다.



몸이 먼저 따뜻해질 때 마음이 따라온다.’


작가는 이 원리를 삶의 경험으로 보여준다.
뜨거운 국물은 ‘다시 숨 쉬게 하는 위로’,
따뜻한 수건은 ‘누군가의 손길이 닿았다는 증거’다.

둘 다 ‘치유의 물리성’을 상징한다.


이때 글의 온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처음의 차가운 빗물은 사라지고,
이제는 뜨거운 김이 방 안을 가득 채운다.
그 온기 속에서 작가는 자신을 다시 일으킨다.


6. 깨달음

위로는 ‘읽는 마음’

작가는 마지막에 ‘진정한 위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진정한 위로란 상대방을 배려해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을
말없이 읽어내는 마음일 것이다.”


이 문장은 글의 결론이자, 작가의 인생철학이다.


위로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 아니라,
그 고통의 결을 읽어내는 섬세한 공감의 기술이라는 것.

작가는 남편의 행동을 통해, 그리고 자신이 노인들을 돌보며 체득한 경험을 통해
‘말없이 읽어내는 사랑’이 얼마나 강력한 위로인지 깨닫는다.


그 사랑은 설교가 아니고, 해결책이 아니며,
단지 “나는 네 옆에 있다”는 조용한 존재의 언어다.

마지막 문단에서 작가는 그것을 다시 ‘브런치의 독자들’로 확장한다.

“어쩌면 브런치에서 만나는 익명의 독자들의 따뜻한 조언과 공감 역시, 내가 가는 또 다른 길을 걸어갈 힘이 되어줄 진정한 위로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이 문장은 자기 경험의 서사를 공동체적 경험으로 확장하는 순간이다.
즉, ‘위로받은 자’가 이제 ‘위로를 전하는 자’로 변모하는 지점.
이 글은 그렇게 한 사람의 내면에서 출발해,
결국 읽는 이 모두에게 도달한다.


7. 문체

체온이 있는 언어

김유인 작가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체온이 있다.


문장 끝마다 숨결이 느껴진다.
짧은 문장, 직선적인 표현, 그러나 결코 거칠지 않은 리듬.


‘생활의 언어’로 쓰였지만, 그 안에는 문학적 울림이 있다.

예를 들어,
“비에 젖어 더 이상 우산을 살 필요조차 없었다.”
이 한 문장은 ‘절망의 서정시’다.
거기에 비명도, 분노도 없다.
그저 포기와 체념의 순수한 기록이자,
그 순간의 감정 온도를 정확히 잡아내는 문장이다.

작가의 문체는 말의 경제성과 감정의 절제가 특징이다.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여운이 남는다.
이 절제가 글 전체의 품격을 높인다.


8. 주제 의식

따뜻함의 윤리학

이 글의 중심에는 ‘따뜻함의 윤리’가 있다.


이 윤리는 도덕이 아니라 감각이다.
작가는 “무엇이 옳은가”보다 “무엇이 따뜻한가”를 묻는다.
그에게 인간의 품격은 ‘배려의 체온’으로 결정된다.

노인들의 등을 문질러 주는 일,
남편이 국을 끓여주는 일,
이 모두가 작가는 ‘윤리’라고 말한다.


그것은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는 행위가 아니라,
그 고통 곁에 머무르는 존재의 방식이다.

이 글은 그 윤리를 생활 속에서 구현한다.
그리하여 독자는 “위로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더 이상 추상적으로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손의 온도, 수건의 결, 국물의 김이 되어
구체적 삶의 감각으로 스며든다.


9. 여운

위로의 순환

글을 덮고 나면 한 가지 장면이 오래 남는다.
비에 젖은 작가의 모습, 그리고 그를 향해 묵묵히 수건을 내미는 남편의 손.
그 한 장면이 ‘위로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이 글은 결국 위로의 순환을 이야기한다.
노인을 위로하던 작가가 남편에게 위로받고,
그 경험을 글로 써 독자에게 전하며,
다시 독자에게서 공감을 돌려받는 순환 구조.
이것이야말로 위로의 완전한 형태다.
주고받음의 경계를 넘어, ‘살아 있는 마음의 흐름’이 완성된다.


결론

말보다 따뜻한 것들

김유인 작가의 「울고 싶었던 날의 위로」는
단순한 감정 수기가 아니라 삶의 감각이 살아 있는 인문적 에세이다.
그녀의 위로는 이론이 아니라 ‘살아본 사람의 언어’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종종 위로를 잘못 배운다.
말로 설득하려 하고, 논리로 달래려 한다.
하지만 이 글은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위로는, 상대의 마음을 말없이 읽어내는 감각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여준다.
따뜻한 국, 젖은 옷, 수건 한 장.
모두 삶 속의 사소한 사물들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이 인간을 돌보는 가장 본질적인 힘이 담겨 있다.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자연스레 누군가를 떠올린다.
그날의 내 옆에서 조용히 국을 끓여주던 사람,
말없이 수건을 내밀던 사람,
그리고 언젠가 나 또한 그런 위로를 건네고 싶었던 날들.

결국 이 글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 하나다.
“진짜 위로는 말이 아니라 마음의 온도다.”
그 따뜻한 온도가 세상을 조금 더 인간답게 만든다.


“말보다 따뜻한 것들로

우리는 서로를 살린다.”


― 김유인, 「울고 싶었던 날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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