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그대를 생각함
뜻: 멀리서 그대를 생각함
산 너머 달이 뜨면
그대 얼굴이 어리오.
바람 스칠 때마다
내 마음도 흔들리네.
닿을 듯 닿지 못해
손끝을 거두노라.
꽃잎은 떨어져도
향기는 남는 법이라.
그대 아는가
이 그리움은 말이 없고,
밤마다 등불 아래
그댈 향해 숨을 고르네.
한 줄기 달빛이
내 창가를 스치면,
그대 오는 꿈이라
눈감고도 기다리네.
山外月初生(산외월초생)
그대 산 너머 달이 처음 떠오르니,
如面照心明(여면조심명)
그 얼굴 닮은 빛이 내 마음을 비추네.
微風動蘭影(미풍동란영)
산들바람이 불어 난초 그림자 흔들면,
愁思滿衣輕(수사만의경)
그리움이 옷자락 가득 가볍게 스미네.
欲近還自遠(욕근환자원)
다가가려 하나, 스스로 멀어지니,
手收淚不乾(수수루불간)
손끝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구나.
花落香猶在(화락향유재)
꽃은 지되 그 향기는 남아,
舊情長在人(구정장재인)
옛정은 여전히 사람 속에 머무네.
燈下靜無語(등하정무어)
등불 아래 고요히 말이 없고,
夢中猶見君(몽중유견군)
꿈속에서나마 그대를 뵈오.
誰知相思苦(수지상사고)
그 누가 이 그리움의 괴로움을 알리오,
心火夜長焚(심화야장분)
가슴의 불이 밤마다 길게 타오르네.
月影侵羅戶(월영침라호)
달빛이 살포시 창호를 스치면,
靜思到天涯(정사도천애)
생각은 멀리 하늘 끝까지 닿는다.
若問情何極(약문정하극)
누가 내게 묻는다면, 그리움의 끝이 어디냐고,
一夢亦千年(일몽역천년)
한 꿈이건만, 천년을 사무친 듯하네.
해설
이 시는 멀리서 그대를 바라보며 느끼는 닿지 못하는 그리움의 심연을 노래한 사구체 한시입니다.
첫 수(其一)에서는 달빛을 매개로 하여 그대의 얼굴을 떠올리며, 바람에 흔들리는 난초 그림자를 통해 흔들리는 마음을 그렸습니다.
두 번째 수에서는 가까이 가고 싶으나 스스로 물러서는 절제된 연정이 담겨 있고, 꽃이 져도 향기가 남듯 그리움의 잔향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읊습니다.
세 번째 수는 등불 아래 고요한 밤의 정적 속에서, 말없이 그대를 그리워하며 꿈속에서만 닿는 사랑의 허망함을 표현합니다.
마지막 수에서는 달빛이 스며드는 창가에 앉아, 그리움이 끝내 천년의 시간처럼 깊고 아득하게 이어짐을 노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