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짖음 대신 믿음이 꽃피운 삶의 기적
종교 시설, 특히 사찰에서 불전함이 털렸다는 소식은 안타깝게도 드문 일이 아니었다.
나 역시 어느 작은 절에서 '기도 스님' 소임을 맡았을 때, 그 일을 직접 겪었다.
당시 나는 젊은 스님으로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일과를 마치고 법당을 살피는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허탈함 그 자체였다.
밤사이에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봉안된 불전함의 자물쇠가 모두 부서져 있었고,
단(壇) 위에 신도들이 마음을 담아 올린 시주금마저 흔적 없이 사라진 후였다.
신도들이 정성껏 모아 놓은 마음이, 한순간에 쓸려 나갔다는 사실이 몹시 씁쓸했다.
단순한 금전적 손해를 넘어, 신심에 대한 모독처럼 느껴져 분노가 치밀었다.
화질이 좋지 않은 CCTV였지만, 범인의 모습은 어렴풋이 포착되었다.
화면 속에는 젊은 청년이 어둠을 틈타 법당을 돌아다니며 불전함을 부수고 돈을 챙겨 달아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더욱 화가 났다.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남의 정성을 훔칠 수 있을까?'
문제는 얼굴을 확인했어도 당장 그를 잡아낼 단서가 부족했다는 점이었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범인의 행적을 되짚어 보았다.
문득 나는 사건 발생일 낮에 '기와 불사'에 참여하겠다며 절에 왔던 몇 명중 한 명일 거라는 강한 직감이 들었다.
당시 참여자들의 인상착의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느낌은 더욱 확신에 가까웠다.
곧바로 참여자 명단을 찾아 주소를 확인했다. CCTV 속 그와 인상착의가 일치하는 듯한 이름을 발견했다.
주소는 멀리 어느 지역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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