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건달과 맞짱 뜨다

by 현루

한국불교의 스펙트럼은 넓다.

여러 종단이 모이는 행사에서 자연스레 교류가 생겼고, 나는 그곳에서 한 대처승과 가까워졌다.

세속 나이는 나보다 많았지만, 출가 연차(승납)가 비슷해 통하는 것이 많았다.

그는 지역 노인들을 위해 헌신하며 절을 운영했고, 특히 사주명리와 방편에 능통했다.

나는 훗날의 소임을 기약하며 신도 관리라는 명분하에 사주명리의 배움을 얻고자, 자연스레 그의 절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절집 생활은 대체로 평온했다.

하지만 딱 하나, 그 평온을 깨는 불청객들이 있었다.

스님이 지역 출신이었던 탓에 인연이 닿은 지역 조폭 무리였다.

그들은 스님을 '형님'처럼 따랐지만, 거친 언행과 폭력적인 기운은 늘 수행 공간에 이질감을 만들었다. 나는 애써 그들을 피했지만, 절은 그들의 거친 숨결로 수시로 오염되었다.

​시작은 아주 사소한 순간이었다.
​어느 날, 나는 법당에서 염불을 올리고 있었다. 잔잔한 목탁 소리와 호흡이 하나로 맞아떨어지며 마음이 깊어지던 찰나, 문밖에서 술에 취한 듯한 소란스러운 웃음과 욕설이 파고들었다.

인내심이 바닥날 무렵, 나는 조용히 문을 열고 말했다.

​"여기 법당입니다. 조금만 조용히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조용함이 아니라, 싸늘한 비웃음이었다.
​"야, 누가 조용히 하래? 스님이면 스님답게 가만히 있어. 이 XXX가."

​욕설이 섞인 말은 내 안의 뜨거운 심지를 건드렸다.

마침 주지 스님은 출타 중이었고, 남아있던 신도들은 그들의 기세에 눌려 숨도 쉬지 못했다.

결국, 언성이 높아졌고 신도들이 필사적으로 말리며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나는 이쯤에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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