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물에서 얻은 감로(甘露)와 요석궁의 사흘
요석궁의 새벽은 서라벌의 다른 곳보다 유난히도 더디게 밝아오는 듯했다.
창호지 문틈 사이로 희뿌연 안개가 스며들고, 방 안을 채웠던 촛불이 긴 밤을 다 태우고 자취를 감출 무렵, 요석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낯설지만 포근한 사내의 체온이었다.
곁에 누운 원효는 고요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어젯밤의 일이 혹여 환영은 아닐까, 그가 안개처럼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두려움에 요석은 가만히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짚어보았다.
손끝에 닿는 그의 살결은 단단하고 뜨거웠다. 그것은 실재하는 생명의 온기였다.
신라 최고의 고승이라 불리던 이가 단 하룻밤 만에 파계의 길을 택하고 자신의 곁에 누워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요석은 원효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수행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깊은 눈가와 굳게 다문 입술. 이 사내는 대체 어떤 거대한 진리를 보았기에, 부처라는 등불마저 뒤로하고 이 험난한 인간의 세상으로 내려온 것일까.
“공주여, 잠이 깼소?”
원효가 눈을 뜨지 않은 채 나지막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잠기지 않았고, 오히려 새벽 사찰의 종소리처럼 청아하게 울렸다.
요석은 움찔하며 손을 떼려 했으나, 원효가 재빠르게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심장 위에 올렸다.
“두려워 마시오. 어젯밤 내가 당신에게 준 것은 한순간의 정욕이 아니라, 내 평생을 바쳐 찾아 헤맨 깨달음의 마지막 조각이었소. 사람들은 내가 파계를 했다고 돌을 던지겠지만, 나는 이제야 비로소 가식의 껍질을 벗고 진짜 부처를 만난 기분이오. 당신이라는 거울을 통해 내 안의 참모습을 보았단 말이오.”
요석은 그의 심장 박동을 손바닥으로 느끼며 물었다.
“스님, 아니 거사님. 무엇이 당신을 그토록 단단하게 만들었습니까?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지옥이라 불리는 이 인간 세상의 밑바닥을 전설처럼 걷게 하는 것입니까?”
원효는 요석의 무릎을 베고 누워,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에는 요석궁의 천장 대신 수년 전 그가 겪었던 거대한 깨달음의 밤이 비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런 파격적인 삶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 근원이 된 '해골물'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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