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내 마음이 그리는 '세상

일체유심조의 자각

by 현루

살다 보면 유난히 모든 일이 꼬이는 것 같은 날이 있습니다.

아침부터 빗방울이 떨어져 옷이 젖고, 평소보다 늦게 도착한 버스 때문에 지각 위기에 처하며, 사무실에서는 동료의 무심한 말투 하나가 가시처럼 가슴에 박히는 그런 날 말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운이 없다"거나 "세상이 나를 돕지 않는다"며 외부 환경을 탓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이 이토록 소란스러울 때마다 『법구경』의 첫머리에 나오는 강렬한 구절을 가만히 읊조려 봅니다.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 되고,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나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고통이 그를 따른다.

마치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는 것과 같이."
​이 구절은 우리에게 아주 단순하지만 무거운 진실을 던져줍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세상이 사실은 내 마음이라는 화가가 그려내는 도화지와 같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흔히 내가 보고 느끼는 세상이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진실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만나는 세상은 언제나 나의 기분과 상태라는 필터를 거쳐 들어옵니다.
​기분 좋은 소식을 들은 날에는 창밖의 빗소리조차 감미로운 음악처럼 들리고, 사람들의 시끄러운 대화 소리도 활기찬 생명력으로 다가옵니다.

반면, 마음이 우울하고 지친 날에는 따사로운 햇살조차 눈부시게 귀찮고, 타인의 웃음소리는 나를 비웃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비가 오고 햇살이 비추는 객관적인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그것을 수용하는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 수시로 교차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가르침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내 안경을 먼저 닦아야 한다'는 소중한 자각을 얻었습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현루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전직승려.크리에이터.에세이스트.글쓰기.중도장애인

2,35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3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숫타니파타] 무소의 뿔처럼 홀로 걷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