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라고 하네요

by 현루

오늘 그간 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내원했고, 간암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검사를 거듭할수록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결과이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듣는 순간에도 제 마음은 생각보다 차분했습니다.

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연명치료나 항암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해 두었고, 앞으로 예정된 검사도 몇 차례만 더 받고 중단할 생각입니다.

이 결정은 갑작스럽거나 감정적인 판단이 아니라, 오랜 시간 제 삶의 방향과 태도를 스스로에게 물어본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저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지금 주어진 시간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건너가고 싶습니다. 병원과 치료 계획이 중심이 되는 삶보다는, 일상을 유지하며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선택했습니다.

제게 글은 기록이기 이전에 살아 있음의 방식이었고, 지금도 그 의미는 변하지 않습니다.
이와 함께 한 가지 분명히 전하고 싶은 알림이 있습니다.


앞으로 멤버십 글은 더 이상 발행하지 않으려 합니다.


웰다잉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제 글은 이제 특정한 울타리 안이 아니라 더 많은 분들께 열려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지금의 제 상황에서 멤버십이라는 형식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글로 맺은 인연이라면, 끝으로 갈수록 더 닫기보다는 열어 두는 편이 맞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멤버십으로 구독해 주신 구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꺼이 비용을 들여 제 글을 읽어주셨다는 사실은 제게 과분한 신뢰였고, 오래 마음에 남을 응원이었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멤버십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 번거로우시겠지만 구독 해지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저는 글을 계속 씁니다.
쓸 수 있는 시간까지는 씁니다.
그리고 발행 역시 이어갈 생각입니다.
언젠가 글이 멈춘다면, 그때가 제가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된 순간일 것입니다.

별도의 공지나 설명 없이도, 그 침묵 자체로 충분히 전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이 글은 이별을 서두르기 위해 쓰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어느 날 갑작스러운 부고처럼 전해질 소식을, 미리 제 손으로 정리해 두고 싶었습니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저도 알 수 없지만, 이곳에 대신 전해 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살아 있을 때 제 말로 인사를 남깁니다.
제 몸은 사라질지 몰라도, 글은 이곳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제가 남지 않더라도 문장은 남습니다.
훗날 제가 없는 시간을 지나 이 글들을 다시 읽게 된다면,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있는 셈이겠지요.

저는 여전히 문장 속 어딘가에서 같은 질문을 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동안 함께해 주신 작가님들, 그리고 묵묵히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잠시라도 머물렀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제 몫의 글을 쓰며 여기까지 왔고, 그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이려 합니다.
남은 시간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성실하게 건너가겠습니다.
글로 인사드릴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인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