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루
병든 육신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육신에 마음을 가두지 않겠다는 조용한 선언에서 시작한다.
병은 분명 이 몸에 있으나, 그 병이 곧 나 자신은 아님을 분명히 하며, 고통을 부정하지도 고통에 함몰되지도 않는 태도를 드러낸다.
몸은 地·水·火·風 사대가 인연 따라 잠시 모여 형성된 것이며, 머무는 동안은 인연에 맡겨 살고,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임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여기에는 삶을 더 붙잡으려는 애착도 없고, 죽음을 두려워하며 물러서는 공포도 없다.
슬퍼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구하지도 거부하지도 않는다는 고백은 감정을 지워낸 상태가 아니라, 감정 위에 휘둘리지 않는 중도의 자리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마침내 사대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날, 마음은 오히려 더 자유로워져 스스로를 대자유인이라 부를 수 있으리라는 이 문장은, 죽음을 소멸이나 끝이 아니라 집착에서 완전히 풀려난 자유의 완성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글은 죽음을 미화하지도, 고통을 과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흩어지는 그 순간까지 깨어 있겠다는 의지, 그리고 끝내 마음만은 속박되지 않겠다는 인간의 존엄한 선택을 한 편의 짧은 송으로 남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