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우산과 무게

by 현루


우산과 무게


​우산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들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합니다.


​비나 눈이 거셀수록
우산은 더 팽팽하게 근육을 세우지만,
정작 우리가 우산 아래서
평온을 누리는 동안
그가 견디는 무게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합니다.


세상에서
누군가의 지붕이 되어준다는 것은
그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시린 계절을
대신 젖으며 버텨내는 일입니다.


접히고 나서야
비로소 제 몸을 터는 우산처럼,
보이지 않는 헌신은
상황이 끝난 뒤에 남겨진
물방울의 흔적으로만
말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