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은
밤의 한복판에 세워진
가장 정직한 문장입니다.
누군가를 소리 높여 부르지 않아도
어둠이 짙어질수록 그 존재는
더욱 선명한 마침표가 되어
세상의 길목을 지킵니다.
그는 화려하게 타오르는 불꽃이 아니라,
자신의 발치에 가장 짙은 어둠을 모아두고
길 잃은 이의 그림자를
포근히 안아주는
너른 품입니다.
세상에서
누군가의 곁을 지킨다는 것은
그의 어둠을 억지로 밝혀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자신의 빛 아래
조용히 자리를 내어주는 일입니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새벽에도
가로등이 홀로 빛나는 이유는
언젠가 이 길을 지날
단 한 사람의 고독마저
홀로 두지 않겠다는
고요한 약속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