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님에게
○ ○ 님에게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충분한 곁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 고요를 택하겠습니다.
불길처럼 달려들어 나를 전부 태우지 않아도
그저 하루의 시리지 않은 온도가 되어 주는 사이,
그 평범한 온기만으로도
우리의 생은 충분히 멀리 흘러갈 수 있으니까요.
당신과는 사랑보다 느린 보폭으로 걷고 싶습니다.
마음보다 깊은 침묵 속에서
서로의 무늬를 가만히 읽어 내고 싶습니다.
굳이 기대어 무게를 얹지 않아도
거기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마음이 데워지는 일,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이 ‘세상’에서
그것이 가능하다는 걸
당신이 온몸으로 보여 주었기에
굳게 맞잡은 손이 아닐지라도
서로의 시간을 할퀴거나 다치게 하지 않고
각자의 외로움을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서로의 선반에 조심히 보관해 주는 사이,
나는 그런 당신의 단 하나뿐인
"맘 벗"으로 살다
마지막 숨을 내어 주는 그날까지
이렇게, 딱 이만큼의 다정함으로
부디 이렇게 따스하게 머물고 싶습니다.
불처럼 뜨겁지 않아도
불처럼 영원히 꺼지지 않을
나의 ㅇㅇ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