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를 앞두고 주절주절

마음을 먼저 보는 법 (동자승 소담이와 아기 코끼리 몽실이)

by 현루

예정 연재 브런치북을 먼저 선보입니다.

60세에 아이 감성 스토리텔링 창작이 쉽지 않지만 어느 정도 완성되면 선보이려 합니다.

이번에는 AI로 이미지를 함께 만들어서 집필 중인데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성원 바랍니다.

sticker sticker

마음을 먼저 보는 법



소담이는 몽실이 옆에 앉아 작은 돌멩이를 만지고 있었어요.
몽실이는 코를 톡, 돌 위에 올렸어요.


소담아, 왜 어떤 날은 기분이 자꾸 울컥해져요?”

몽실이가 물었어요.
소담이는 조용히 돌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옛날에, 한 사람 이야기가 있어요.
마음이 화나면, 손과 발이 먼저 달려서
자기를 다치게 했대요.
그런데 그 사람이 깨달은 게 있대요.
‘마음을 먼저 살펴보면, 손과 발도 아프지 않다’고.”


몽실이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어요.


마음을 먼저 살피면 아프지 않아?”


소담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응. 마음을 안아주면 세상이 천천히 보여요.
그리고 발도 따라오고, 손도 느긋해져요.
화나 울음도 잠깐 쉬어갈 수 있어요.”


몽실이는 코를 쭉 뻗어 돌을 톡톡 쳤어요.


그럼 오늘 힘들었던 것도 괜찮아요?”


소담이는 웃으며 돌을 톡톡 만졌어요.


응. 힘들어도, 마음을 먼저 돌보면
오늘 하루도 안전하게 지나가요.
조금 늦어도 괜찮아요. 충분히 괜찮아요.”


몽실이는 코를 올려 하늘을 바라봤어요.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춤추었어요.


그럼 우리도 마음 먼저 볼래요?”


소담이는 몽실이 머리를 톡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응, 우리 같이 마음부터 살펴요.
그러면 하루가 부드럽게 흘러요.”


오늘의 한 문장


마음을 먼저 쉬게 하면, 세상도 천천히 웃어요.”



검사를 앞두고


다음 주 ㅇ요일, 생애 처음으로 물까지 완전히 끊은 채 검사를 받는다.
아직 며칠 남았지만 벌써부터 목이 살짝 타는 느낌이다.

당일 눈 뜨면 “오늘은 물 한 모금도 참아야지”라는 생각이 스치는데, 그날이 되면 정말 그럴 테니 미리 입안이 바짝 마른다.
웃기지도 않은데 혼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참, 색다른 경험이 되겠지. 밥은 물론 물까지 끊는 날이라니. 간헐적 단식에 살짝 이름을 올려놓아도 될 만큼 대단한 도전 같다.

물론 농담이지만, 운명이 나에게 특별한 디톡스 코스를 선물한 기분이다.
주치의가 말했다.
“이번 검사는 금식 엄격하게 해야 해요. 물도 안 됩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기에 시키면 하고, 해야 하니까 한다.

순응이 제일 덜 피곤하다는 걸 여러 번 배웠다.
큰 검사는 예전에도 몇 번 해봤다.
MRI 안의 쿵쾅 소리, CT 테이블의 차가움, 조영제 주사 후 퍼지는 열기까지.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다.

또 한 번 한다고 인생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다만 이번엔 물 금지가 추가됐다.

그 한 줄이 이렇게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며칠 전부터 미리 연습해본다.
마지막 물 한 잔 마신 후 입안이 어떻게 변할지, 혀가 목천장에 붙을지, 침이 안 나올지. 검사 직전까지 “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지만, 그래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뇌졸중 두 번, 합병증들, 그리고 간암 진단.
의사는 “갑자기 나빠질 수 있어요”라고 경고했다.
지금 식단은 철저하다.

국물 금지, 샐러드, 채소, 두부, 버섯 위주.

입맛은 거의 죽었지만, 좋은 선택이라는 걸 안다.
가끔 속으로 중얼거린다.
“치킨 한 조각, 아이스크림 한 숟갈, 떡볶이 국물에 밥 말아 한 입,

딱 한 번만.”
그러면 또 다른 내가 답한다.
“아직은 안 돼. 조금만 더.”
그래서 길게 한숨만 쉰다.
“음~~~~~~~~~~~”
그 소리가 요즘 제일 솔직한 내 목소리다.
살아있는 동안 뭘 해야 할까, 가끔 생각한다.
버킷리스트를 적어보려 해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잘 죽자’라는 말이 무섭지 않게 느껴지는 대신,
‘오늘도 여기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소중해진다.
가능하면 통증 속에서도 입꼬리를 살짝 올려보려 한다.
정말 힘든 날이 와도, 브런치에 짧게라도 남기고 싶다.
“아직 여기 있어요.”
그 한 줄이면 충분하겠지.
계절은 어김없이 바뀐다.
이 지역은 봄이 일찍 올 것이다.
내 인생의 봄날은 갔지만, 아쉽지 않다.
봄은 꼭 꽃이 피어야만 봄이 아니니까.
마음만 얼지 않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조용히 다짐한다.
잘 살아보겠다는 거창한 말은 안 하기로 했다.
잘 버텨보겠다는 말도 안 하기로 했다.
그저 ㅇ요일 검사 끝나고,
그다음 날도,
크게 무너지지 않고 이렇게 서 있으면
그걸로 됐다.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