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러운 일상 한복판에서 평화 찾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늘 '진정한 평화'를 꿈꿉니다.
스트레스가 없는 곳, 갈등이 없는 관계, 걱정이 없는 미래를 찾아 끊임없이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합니다.
"조용한 산속으로 들어가면 평온해질 텐데", "이 문제만 해결되면 행복해질 텐데"라고 말하며, 지금 이 순간의 번잡함을 벗어나야만 깨달음이나 안식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지혜는 정반대의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연꽃은 메마른 땅이 아니라, 오직 깊은 진흙탕 속에서만 피어난다."
우리의 번뇌와 갈등이야말로 평화라는 꽃을 피우기 위한 가장 비옥한 거름이라는 사실입니다.
연꽃의 생태를 가만히 자각해 보십시오.
연꽃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나 깨끗하게 정돈된 화단에서는 자라지 않습니다.
누군가 버린 오물이 섞여 있고, 냄새나고 탁한 진흙이 가득한 연못 바닥에 뿌리를 내립니다.
만약 연꽃이 더러운 진흙을 거부하고 깨끗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면, 그 꽃은 영양분을 얻지 못해 금세 시들어버릴 것입니다.
우리의 삶 또한 이와 같습니다.
우리가 '진흙'이라고 부르며 외면하고 싶어 하는 것들 _ 직장에서의 갈등, 가족 간의 서운함, 경제적 불안, 그리고 내 안의 지독한 열등감이 사실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토양입니다.
갈등이 있기에 우리는 포용을 배우고,
결핍이 있기에 우리는 지혜를 짜내며,
상처가 있기에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아픔에 공명하는 자비심을 갖게 됩니다.
번뇌와 평화는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시끄러운 세상을 떠나야만 얻을 수 있는 평화는 연약한 온실 속의 화초와 같아서, 다시 현실의 찬바람을 맞으면 금세 무너지고 맙니다.
진정한 평온은 소란스러운 일상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그 소란을 거름 삼아 내면의 중심을 지켜내는 강인한 연꽃의 태도에 있습니다.
지혜로운 이들은 "번뇌가 곧
보리(깨달음)이다"라는 파격적인 문장을 남겼습니다.
이는 고통스러운 마음 상태가 그대로 행복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번뇌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여 그 본질을 꿰뚫어 볼 때, 그 번뇌가 우리를 가르치는 위대한 스승으로 변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향한 불타는 질투심에 괴로워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보통은 이 감정을 억누르거나 그 상대를 원망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자각의 눈을 가진 사람은 멈춰 서서 묻습니다.
"내 안의 이 질투심은 어디서 오는가?
나는 무엇을 결핍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숨겨진 욕망과 마주하게 되고, 타인에게 의존했던 자존감을 스스로 세우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질투라는 진흙 속에서 '자기 이해'라는 연꽃을 피워낸 것입니다.
이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숙제를 던집니다.
그 숙제들은 때로 너무 어렵고 지저분해서 당장 도망치고 싶게 만듭니다.
하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습니다.
지금 당신이 발을 딛고 있는 그 질척이는 삶의 현장이 바로 당신이 수행해야 할 도량이며, 당신의 인격이 완성되는 장소입니다.
번뇌를 없애려 애쓰기보다, 그 번뇌를 어떻게 요리하여 지혜의 양분으로 삼을지 고민하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연꽃의 가장 놀라운 점은 진흙 속에 살면서도 그 진흙에 조금도 물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연잎 위에 떨어진 흙탕물은 구슬처럼 또르르 굴러 떨어질 뿐, 잎을 더럽히지 못합니다.
이를 '처염상정'이라 합니다.
더러운 곳에 처해 있어도 항상 맑음을 유지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도 이 세상의 소란에 섞여 살되, 그 소란에 영혼을 잠식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욕심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면서도 나의 정직함을 지키고, 화난 사람들 속에서도 나의 다정함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일상 속에서 피워내는 연꽃의 모습입니다.
주변 환경이 어떠하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의 중심에 무엇을 품고 있느냐입니다.
저는 관계에서 큰 폭풍이 몰아칠 때마다 발바닥 아래의 진흙을 의식합니다.
"지금 상황이 엉망진창인 것은 내가 꽃을 피울 영양분이 많다는 증거다"라고 생각을 전환합니다. 이 자각은 고통을 대하는 자세를 수동적인 피해자에서 능동적인 정원사로 바꿔놓습니다. 내게 던져진 오물들을 원망하는 대신, 그것들을 잘 삭혀서 가장 향기로운 평화의 꽃을 피워내는 작업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더 나은 환경, 더 완벽한 조건을 찾아 생을 낭비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연꽃을 피울 장소는 저 먼 곳의 이상향이 아니라, 지금 당신이 눈물 흘리고 분투하고 있는 바로 그 진흙탕입니다.
당신의 삶이 유독 고달프고 번잡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당신이 피워낼 꽃이 그만큼 크고 화려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진흙이 깊을수록 연꽃의 줄기는 더 굳건해지고, 꽃잎은 더 선명한 빛깔을 띱니다.
그러니 당신의 일상을 미워하지 마십시오.
당신을 힘들게 하는 그 사람,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 그 걱정들이 사실은 당신을 완성하기 위해 찾아온 고마운 거름들입니다.
오늘 하루, 소란스러운 세상 한복판에서 당신만의 고요한 꽃봉오리를 올려보십시오.
주변이 아무리 탁해도 당신의 중심이 맑게 깨어 있다면, 당신이 머무는 그 자리가 바로 극락이며 평화의 정원이 될 것입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난 꽃이기에 그 향기는 더욱 깊고 오래갑니다.
당신의 삶이라는 연못에 아름다운 자각의 꽃들이 가득 피어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