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뿌리와 보이지 않는 손잡음

by 현루

뿌리와 보이지 않는 손잡음


​나무의 키가 커질수록
그의 발치는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자신의 몸을 밀어 넣습니다.
화려한 꽃과 잎들이 세상의 찬사를 받을 때,

뿌리는 차가운 흙의 무게를 견디며
묵묵히 생의 중심을 붙잡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영역을 다투지 않고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조용히 얽혀,
거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서로의 손을 더욱 꽉 쥐어줍니다.
나무가 쓰러지지 않는 것은
줄기가 굵어서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밑바닥에서
서로의 생을 지탱하는
수많은 손잡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누군가의 든든한 배경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는 일이 아니라,
그가 마음껏 흔들리며 자라날 수 있도록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단단한 침묵이 되어주는 일입니다.


​우리가 서로를 온전히 믿는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열매를 나누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하나의 뿌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가만히 믿어주는 공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