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

by 현루

사람은 몸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떠지고, 걸으면 다리가 움직이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잡니다.

이런 일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반복되기 때문에 우리는 몸이 늘 같은 상태로 우리 곁에 있을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몸이 있다는 사실을 특별하게 의식해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몸은 늘 조용히 제 역할을 해 주었고, 저는 그 위에 올라타듯 하루하루를 살아왔습니다.

몸이 조금 피곤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어디가 조금 불편해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갈 것입니다.
몸은 늘 말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무런 불평도 없이 묵묵히 하루를 버텨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자주 지나쳐 버립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괜찮을 것이라는 이유로, 혹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말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몸이 조금 더 분명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옵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평소와 다른 피로감일 수도 있고,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도 우리는 대개 이렇게 생각합니다.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닐 때도 많습니다.

몸은 생각보다 강하고, 또 스스로 회복하는 힘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몸이 보내는 신호가 단순한 피로가 아닐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몸의 목소리를 조금 더 진지하게 듣게 됩니다.
몸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조금 달라 보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 일,

계단을 오르는 일, 평소처럼 걸어 다니는 일.

이런 사소한 움직임들이 전보다 더 또렷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갔던 행동들이 이제는 몸과 함께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몸은 참 묘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몸 안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몸을 밖에서 바라보듯 살아가기도 합니다.

마음은 늘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몸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마음은 아직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느끼는데, 몸은 조용히 속도를 늦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알게 됩니다.
몸도 하나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몸은 우리에게 수없이 많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우리가 그 신호를 제대로 듣지 못했을 뿐입니다.

몸은 늘 우리 곁에서 하루를 함께 버텨 주고 있었고,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함께 지나오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생각하면 몸에 대해 조금 다른 마음이 생깁니다.
예전에는 몸이 조금 아프거나 불편하면 그저 불편한 존재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지, 왜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몸은 나를 괴롭히기 위해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나에게 말을 걸기 위해 신호를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빨리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 많은 것을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멈추어 보라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몸은 거짓말을 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음은 때때로 스스로를 속이기도 합니다.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다고 말하기도 하고, 쉬어야 할 때도 괜찮다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몸은 그렇게 오래 참지 못합니다.

어느 순간이 되면 결국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몸의 신호를 마주하게 되면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집니다.
지금까지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아주 고마운 일들이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아무 탈 없이 하루를 보내는 일, 평소처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일, 그런 일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또 귀한 일이었는지 비로소 느끼게 됩니다.
몸은 여전히 조용히 하루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조금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비교적 편안한 날도 있습니다.

그 변화 속에서 저는 가끔 몸에게 말을 걸어 보기도 합니다.
오늘도 잘 버텨 주고 있구나.
오늘도 함께 하루를 지나가고 있구나.
몸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일인지도 모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신호를 조금 더 귀 기울여 듣는 것. 그리고 몸이 걸어가는 속도에 맞추어 하루를 살아가는 것.
예전에는 삶을 마음으로만 살아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생각하고,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며 늘 마음이 먼저 달려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몸과 함께 하루를 살아가는 것.
몸이 보내는 신호를 조용히 들어 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지금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몸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조용히 숨을 쉬고, 저와 함께 하루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는
어쩌면 아직도 살아가고 있다는
작은 증거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