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코끼리 몽실이와 동자승 소담이
몽실이와 소담이가 울력을 하고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오늘은 저녁에 지인이 방문한다고 하네요.
과연 누구일까요?
묵암사 요사채의 달빛이 창호지를 넘어 따스하게 스며드는 밤, 현루 작가와 단아한 미소의 화여 작가가 방문하였어요.
현루, 화여 작가와 소담이, 몽실이가 지대방에서 차담(茶談)을 합니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서로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쌀 때, 화여 작가가 먼저 말문을 엽니다.
"현루 작가님, 오늘 차 맛이 유독 깊네요. 같은 찻잎인데도 저번의 맛과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현루 작가는 오른손으로 찻잔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대답합니다.
"그것이 바로 마음의 결이겠지요. 우리가 보는 이 세상도 결국 우리 마음이 그려내는 풍경 아니겠습니까. 원효대사께서 말씀하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처럼 말이죠."
그 말에 소담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습니다.
"일체유심조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작가님?"
현루 작가는 몽실이의 코끝에 맺힌 찻물을 가만히 바라보며 미소 짓습니다.
"소담아, 몽실아. 내 몸의 절반이 멈춰있다고 해서 내 인생이 멈춘 것이라 생각하면 이곳은 감옥이 되겠지.
하지만 내가 너희와 함께 차를 마시며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믿으면, 이곳은 바로 극락이 된단다. 결국 모든 것은 외부의 상황이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란 뜻이야."
몽실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코로 찻잔을 들어 올립니다.
"아하! 그럼 제가 작가님을 위해 물을 뿌릴 때 '이건 힘든 일이야'라고 생각하면 노동이 되지만, '꽃을 피우는 축제야'라고 생각하면 놀이가 되는 거네요?"
화여 작가는 몽실이의 기특한 대답에 현루 작가의 왼쪽 어깨를 부드럽게 다독입니다.
장애와 병마라는 거친 파도 앞에서도 현루 작가가 글쓰기를 꺾지 않고 하모니를 노래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이 마음의 힘이었습니다.
그들은 방 안에서 차 한 잔을 나누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우주보다 넓은 평온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서로의 눈빛 속에서 '함께'라는 진심을 확인할 때, 고통은 어느새 맑은 차 향기로 승화되어 온 세상으로 번져 나갑니다.
모든 고통과 기쁨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마음이 그려낸 풍경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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