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is 작가, 마봉 드 포레 작가 주인공

심연의 메아리 (단편소설)

by 현루

TO: 마봉 드 포레 작가님


예상하지 못한 선물이 문득 마음을 두드립니다.
이번에는 신청도 하지 않았던 작가님의 굿즈가 제게 도착했습니다.

몇 달 전 인연 하나를 기억해 주신

덕분이겠지요.
사람의 인연이란 참 묘합니다.
잊힌 줄 알았던 순간들이 누군가의 마음속에서는 조용히 남아 있다가 이렇게 따뜻한 방식으로 다시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보내주신 마음, 단순한 굿즈 이상의 선물로 받았습니다.
메모지와 스티커 그림 속에 담긴 정성이
오늘 하루를 유난히 환하게 밝혀 주었습니다.
글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이런 마음의 선물은 오래 남는 힘이 됩니다.
소중한 인연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마음, 감사합니다.

현루 드림

굿즈

일전에 2분의 작가님 필명으로 단편 소설을 써보겠다고 댓글로 말했습니다. 마침 퇴고했는데

굿즈가 와서 함께 올려봅니다.

소설 쓰는 작가가 아닌 점을 감안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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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메아리


숲의 여주인(마봉드포레)과

이름 없는 추적자(Qutis)


​호연시의 안개는 유독 습하고 끈적거렸다.

바다를 낀 이 도시는 밤마다 회색 수의를 뒤집어쓴 채 숨을 죽였다.

신축 빌라 공사 현장, 콘크리트 타설을 앞둔 차가운 지하 바닥에 한 여자가 누워 있었다.

완벽하게 세팅된 머리카락, 먼지 하나 없는 고가의 남색 정장, 그리고 가슴 한복판에 기표처럼 박힌 은색 만년필. 그것은 죽음이라기보다 기괴하게 전시된 예술품에 가까웠다.


​1. 이름 없는 자, 아우티스(Outis)


​호연경찰서 강력반의 아우티스 경감은 노란 폴리스라인을 넘어 현장에 들어섰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가죽 장갑의 손가락 끝을 팽팽하게 당겨 고쳐 꼈다.

'아우티스'는 그녀가 과거 언더커버 수사 시절, 조직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기 위해 스스로를 지우며 사용했던 이름이었다.

호머의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이 외눈박이 괴물을 속이기 위해 썼던 가명, '아무도 아닌 자(Nobody)'.
​그녀는 이제 본명보다 이 가명으로 불리는 것에 더 익숙했다.

과거의 기록은 말소되었고, 가족도 연인도 없는 그녀에게 수사는 삶의 유일한 질감이 되었다.


"사인(死因)은?"


​아우티스가 무심하게 묻자, 현장을 보존하던 감식반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외견상으론 가슴의 만년필 같지만, 혈흔이 너무 적습니다.

간이 검사 결과 치사량의 신경안정제가 검출됐어요.

만년필은 숨이 완전히 끊긴 뒤에 꽂힌 '메시지' 같습니다."


​아우티스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시신의 목덜미를 살폈다.

살짝 젖혀진 셔츠 깃 사이로 기이한 문양이 보였다. 뒤엉킨 나무뿌리와 날카로운 잎사귀가 얽힌 형상. 그것은 호연시에서 가장 거대한 비밀을 품고 있는 저택, '포레(Forêt)'의 인장이었다.


​2. 숲의 주인,

마봉 드 포레(Ma-Bong de Forêt)


​도시 외곽, 해발 500미터 고지에 위치한 저택 '포레'.

그곳은 이름 그대로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요새였다.

저택의 주인 마봉은 통창 너머로 쏟아지는 새벽안개를 응시하며 차가운 백포도주를 머금고 있었다.
​그녀의 성 '마봉'은 이 지역의 오래된 토착 성씨였고, 뒤에 붙은 '드 포레'는 프랑스어로 '숲의'라는 뜻을 지닌 칭호였다.

사람들은 그녀를 조롱 섞인 경외심을 담아 '숲의 여주인'이라 불렀다.

그녀는 단순한 자산가가 아니었다.

정계의 추잡한 뒤처리를 도맡고, 재계의 보이지 않는 자금 흐름을 설계하며 거대한 부를 쌓은 '그림자 설계자'였다.


​"주인님, 공사 현장의 '장식'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예상대로 아우티스 경감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자처럼 서 있던 여비서가 조용히 보고했다. 마봉은 잔을 내려놓으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입술은 와인 빛보다 짙은 붉은색이었다.


​"아무도 아닌 자가 드디어 내 숲의 문을 두드리겠네.

그녀는 거울 같거든. 자신을 비우고 진실만을 비추려 애쓰지.

하지만 거울이 비추는 건 결국 자신의 추악함뿐이라는 걸 곧 알게 될 거야."


​3. 우아한 대치와 신경전


​아우티스는 단신으로 '포레' 저택을 방문했다. 거대한 대리석 복도는 차가운 냉기를 뿜어냈다. 서재의 문이 열리자, 보라색 실크 드레스를 입은 마봉이 고풍스러운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경감님, 당신의 이름은 스스로를 부정함으로써 존재를 증명하더군요.

그런 당신이 타인의 죽음을 파헤치며 '정의'를 논하는 모습이 꽤 흥미로워요."


​마봉의 목소리는 비단처럼 매끄러웠지만 그 끝은 날카로운 가시 같았다.

아우티스는 대답 대신 시신의 현장 사진 세 장을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김은주 과장. 당신의 사업 부지에서 가장 시끄럽게 굴던 여자였지.

그런데 당신의 인장이 찍힌 채로 죽었어.

이건 범행 선언인가, 아니면 노골적인 도발인가?"


​마봉은 사진 속 가슴에 박힌 만년필을 긴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내렸다.

마치 연인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듯한 우아한 손짓이었다.


​"숲은 죽은 것들을 자양분 삼아 자라죠. 김 과장은 너무 많은 것을 알았고, 그 지식을 나누는 법을 몰랐어요.

하지만 내가 직접 손을 더럽혔을 거라 생각하나요? 난 사냥꾼이지 도살자가 아니랍니다, 아우티스."


​4. 설계된 진실의 균열


​수사가 진행될수록 아우티스는 기묘한 위화감에 휩싸였다.

모든 정황 증거가 마봉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만년필의 구매 내역, 살해 현장 인근 CCTV에 찍힌 마봉의 차량, 심지어 목격자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완벽했다'.

마봉 같은 철저한 인물이 이런 허술한 흔적을 남길 리 없었다.
​아우티스는 경찰서 안의 서류 뭉치를 뒤엎었다. 그리고 뜻밖의 연결고리를 발견했다.

죽은 김 과장이 생전에 남긴 비밀 일기장.

거기엔 마봉이 아닌, 아우티스의 직속상관인 수사과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건 마봉이 살해한 게 아니야. 마봉이 '정리'한 거지."


​마봉 드 포레는 범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오히려 김 과장이 수사과장에게 살해당할 것을 알고 있었고, 그 현장을 자신의 방식대로 꾸며놓은 것이었다.

부패한 수사과장의 범행을 아우티스라는 가장 집요한 수사관의 눈앞에 들이밀어, 경찰 조직 내부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게 하려는 치밀한 '설계'였다.


​5. 안갯속의 종결


​폭우가 쏟아지던 밤, 아우티스는 수사과장의 사무실을 급습했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마봉의 저택에서 사라졌던 만년필의 잉크 카트리지와 김 과장의 혈흔이 묻은 손수건이 발견되었다.

수사과장은 현장에서 긴급 체포되었다.
​사건은 '경찰 간부의 권력형 비리 및 살인'으로 종결되었고, 마봉 드 포레는 단 한 번의 직접적인 증언 없이도 자신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부패 경찰 조직을 무너뜨렸다.
​며칠 뒤, 아우티스는 다시 숲을 찾았다.

비에 젖은 흙냄새가 진동하는 포레의 정원에서 마봉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당신의 시나리오대로 됐군. 나를 사냥개로 써서 당신의 방해물을 치웠어."


​마봉은 천천히 다가와 아우티스의 옷깃에 묻은 빗방울을 털어주었다.

두 여자의 거리가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워졌다.


​"이용당한 게 불쾌한가요? 아니면 진실을 밝혀낸 게 뿌듯한가요?

당신은 '아무도 아닌 자'가 되려 하지만, 결국 정의라는 이름의 괴물에게 먹히고 있을 뿐이에요."


​아우티스는 마봉의 손목을 강하게 낚아챘다.


"착각하지 마. 이번엔 당신이 던진 미끼를 물어준 것뿐이니까.

하지만 다음번엔 당신이 숨기고 있는 그 숲의 뿌리까지 전부 파헤칠 거야."


​마봉은 피하지 않고 아우티스의 눈을 꿰뚫어 보았다.


"기다릴게요, 경감님. 내 숲을 태우러 오는 날, 내가 준비한 가장 향기로운 독주를 대접하죠."


​안개가 두 여자를 집어삼키며 저택의 문이 닫혔다. 정의를 쫓으며 스스로를 잃어가는 여자와, 욕망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정의를 이용하는 여자. 호연시의 안개는 걷혔지만, 두 사람 사이의 진짜 전쟁은 이제 막 서막을 올렸을 뿐이었다.


​[사건 수사 보고서]


​사건번호 2026-경강-0311
사건명 :호연시 신축 공사 현장 살인 및 공권력 유착 비리 사건


​1. 개요
2026년 3월 11일 새벽, 호연시 외곽 신축 빌라 공사 현장 지하에서 시청 도시계획과 소속 김은주 과장이 사체로 발견됨. 사체는 가슴에 은색 만년필이 꽂힌 채 기이하게 전시된 형태였으며, 현장 조사 결과 치사량의 신경안정제 투입에 의한 타살로 확인됨.


​2. 주요 수사 대상
아우티스(Outis) 경감은 현장에서 발견된 '숲(Forêt)'의 인장을 근거로 지역 유력자인 마봉 드 포레를 유력 용의자로 선상에 올림.

마봉은 피해자와 사업적 갈등 관계에 있었으나, 수사 과정에서 모든 물적 증거가 지나치게 완벽하게 마봉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조작의 가능성이 제기됨.


​3. 수사 결과 및 반전
아우티스 경감은 피해자의 비밀 기록을 토대로 경찰 내부 고위직인 수사과장이 마봉 드 포레의 사업권과 연루된 비자금을 관리해 왔음을 포착함. 수사과장은 자신의 비리가 탄로 날 것을 우려해 김 과장을 살해한 뒤, 평소 눈엣가시였던 마봉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증거를 조작함.


​4. 처분 결과
실제 범인인 호연경찰서 수사과장은 현장에서 긴급 체포되었으며, 살인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송치됨.

마봉 드 포레는 사건의 실체를 미리 파악하고 아우티스 경감에게 단서를 흘려 수사를 유도했으나, 직접적인 범죄 가담 증거가 없어 참고인 조사로 종결됨.


​5. 담당 수사관 의견
본 사건은 범죄를 설계하는 민간 세력과 부패한 공권력이 얽힌 고도화된 지능 범죄임.

범인은 검거되었으나, 배후에서 사건을 조종한 마봉 드 포레의 위험성이 확인된바 향후 지속적인 감시와 별건의 내사가 필요함.


호연경찰서 강력반 경감 아우티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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