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른손으로 시를 씁니다

08 주삿바늘

by 현루



주삿바늘_

작은 금속의 침이
살결 사이로 스며들 때,
고통은 말을 아낍니다.

많이 아프지 않다는 말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주문 같고,
그럼에도
몸은 진실을 먼저 알아차립니다.

조용한 찔림 속에서
나는 한순간 멈춰 섭니다.
삶이란,
이렇듯 얇은 경계 위에 놓인 것.
삶과 죽음, 고요와 움직임,
그 사이에 선 나.

주삿바늘은 말이 없지만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듣습니다.
존재의 미세한 떨림을.

팔을 내미는 행위는
수동이 아니라,
어쩌면 깊은 수긍입니다.

약물은 흐르고
나는 흐름을 따라 배웁니다.
작은 통증이 지나간 자리마다
살아 있음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_무료 이미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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