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른손으로 시를 씁니다

09 문을 여는 연습

by 현루


<문을 여는 연습 >


문고리는 낮고
나는 느립니다

손끝에 닿는 그 쇠의 감촉이
오늘 하루의 첫 시작입니다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하나의 저항이 손안에 남습니다

예전엔 몰랐습니다
문을 연다는 일이
이토록 조심스럽고
엄숙한 행위라는 걸

누구에겐 그냥
툭, 열어젖히는 일이겠지만
내게는
하루를 견뎌야만 받을 수 있는
작은 의식과도 같은 일입니다

왼쪽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른손만이 세상의 문을 두드립니다
가끔은 삐걱거리기도 하고
손끝에 작은 떨림이 일기도 합니다
그러면 나는 숨을 고르고
다시 한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을 움직입니다

문이 열린다는 건
세상이 열린다는 것
닫혀 있던 시간 속에서
바깥공기가 스며들고
햇살이 나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그제야 깨닫습니다
이 조그만 문 하나가
얼마나 큰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오늘도
나는 문 앞에 섭니다
단정히, 마치 기도를 드리듯
문고리에 손을 얹고
하나의 문을 엽니다

그 문 너머로
익숙한 세상이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내게 돌아옵니다

그리고 나는 압니다
내가 여는 건
단지 문 하나가 아니라
다시 살아가려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가리키는
작은 내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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